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7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전부터 지속되던 탄소중립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에 더욱 불을 지핀 한 마디였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촌 환경 문제에 대해 “적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선진국과 “2060년 이전의 탄소중립 실현은 어렵다”는 개발도상국의 의견차는 확연하다. 국가별 재정 상황과 이해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국제사회의 확실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국인 중국(28.8%)은 이번 총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60년 탄소중립 실현 목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타 국가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더욱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모든 당사국이 기후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집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한 행동에 나서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모습과 상당히 모순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오히려 중국의 저탄소 경제 정책 실현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9월 탄소중립 실현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저탄소 및 대체 에너지 활용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 운용이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한국산학기술학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관련 산업의 투자로 전기와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석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탄소 배출량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된다. 또한 저탄소 및 에너지 활용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의 액션이 보여주기식 대처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모순된 태도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중국은 막대한 자원과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기후 위기대응 합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적 능력과 규모를 갖추고 있음에도 다른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선도하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있다. 2조2000억 달러(한화 약 2400조 원)를 투입한 Green New Deal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는 낙후된 지역의 시설을 개선 및 재건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대체 에너지 사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미국에 50만 개의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하고 정부 관용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더불어 ‘무탄소배출 경제’의 실현, 100% 탄소 무공해 전기 제공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이후 탄소중립 산업과 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정부 주도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정책을 마련•수행해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의 공정전환 △탄소중립 제도기반 강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7일 연구개발 예산의 30%(약 1조 2000억 원)를 탄소중립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EU, 일본 등 세계 각국은 국가별 상황에 맞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포함한 전 지구적 환경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은 매우 크다. 단순히 전 세계 인구 1위 국가인 것만이 그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중국은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요소수 대란’만 봐도 중국의 행동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타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국 당국의 더욱 확실하고 책임 있는 행보를 촉구한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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