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벚꽃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 학교와 아파트 단지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며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 곳곳의 벚꽃 명소에도 금방 피었다. 질 벚꽃을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 산뜻한 봄을 만끽하는 이들을 찾아 <삼육대신문>은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전 계획된 ‘2022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비대면 행사로 전환됨에 따라 송파구는 ‘송파둘레길 벚꽃 나들이’를 개최했다. 3년간 닫혀있던 벚꽃길이 드디어 개방된 것이다. 송파둘레길은 탄천길, 성내천길, 한강길, 장지천길로 총 4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송파구 외곽의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은 총 21km로 완주하는 데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탄천길 코스에는 사진전 ‘송파둘레길의 시계’와 감성 현수막이 전시돼 있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성내천길 코스에서는 미디어아트 초대형 LED 전광판에 비치는 송파둘레길 단편 영상 공모전, 환경보호 영상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광명교 광장에서 ‘21km 송파둘레길의 사계(四季)’를 표현한 전시회가 진행됐다. 그 밖에도 시민들의 봄을 응원하는 송파 청년작가들의 아트워크 전시회, 환경 사진전 ‘지구가 아파요’ 등을 둘레길을 따라 구경할 수 있다.
송파둘레길의 밤은 다채로운 빛조형물이 밝혔다. 벚꽃을 담은 밤 풍경은 8개의 빛조형물로 더욱 다채롭다.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진행된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행사 기간은 벚꽃 개화 기간이 늦춰짐에 따라 4월 10일까지 빛조형물 설치 기간을 연장했다.
석촌호수의 벚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흥미로운 행사가 열린다. 4월 1일부터 17일까지 잠실 롯데타워 앞 잔디광장에서 진행한 ‘하이파이브 페스티벌’(High Five Festival)이 대표적이다. 15m 크기의 초대형 벨리곰 인형이 마스코트로 등장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으로 광장이 붐빌 정도다. 시간대별로 라이브콘서트를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삼육대신문>은 송파둘레길 벚꽃나들이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매가 함께 온 정여륜(여,25), 정여진(여,20) 씨는 “3년 만에 벚꽃축제에 방문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오랜만에 실제로 벚꽃 풍경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매년 벚꽃 시즌마다 석촌호수에 방문했다는 정여륜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벚꽃길 외에도 체험활동이나 이벤트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과거보다 즐길 거리가 부족한 것 같다”며 축소된 행사 규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코로나19 종식 이후 마스크 착용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면 푸드트럭, 식품 부스 같은 먹거리 행사가 진행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덧붙였다.
만개한 벚꽃과 청명한 하늘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신경훈(남,21) 씨는 “작년까지는 벚꽃축제 참여 제한이 있어서 집 근처나 학교에 핀 벚꽃을 감상하기만 했다. 올해는 벚꽃이 활짝 핀 산책로가 개방돼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했다. 맑은 날씨와 따뜻한 기온 덕에 풍경 사진이 잘 나온다. 특히 호수 위의 놀이공원이 벚꽃의 배경이 돼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다”며 벚꽃나들이 현장에 온 느낌을 전했다.
신경훈 씨 역시 이번 행사의 아쉬운 점으로 행사의 단조로움을 들었다. 그는 “축제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어 당분간은 식품 행사를 할 수 없겠지만, 내년 축제에는 상황이 안정돼 맛있는 음식과 함께 벚꽃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개인적 바람을 전했다.
석촌호수 주위를 가득 메운 벚꽃은 추운 겨울이 가고 완연히 봄이 됐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뭉게구름을 보는 듯 풍성하게 피어 있는 벚꽃 나무가 산책로 위를 가득 메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이며 떨어지는 벚꽃잎들은 절로 흥을 돋웠다. 찬란한 호수와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 설레는 표정으로 산책로를 거니는 사람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활기참이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봄의 활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 시간이 지나면 내년에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이서연 기자<seoyeon57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