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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포켓몬빵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

[인터뷰]상담심리학과 서경현 교수 … “실제적 가치 추구 필요”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SPC 삼립식품 ‘포켓몬빵’이 1998년 첫 판매 이후 24년 만에 재출시됐다. 이 제품은 ‘과거로의 추억 소환’을 주제로 재출시해 1980~1990년대생의 감성을 사로잡으며, 43일 만에 무려 1000만 개가 팔리는 신기록을 기록했다.

포켓몬빵이 이처럼 흥행한 주된 이유는 빵에 포함된 ‘포켓몬 캐릭터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때문. 동봉된 띠부띠부씰을 수집하는 소비자들이 대폭 늘어나자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었다. 중고시장에서는 개당 5000원에서 5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되기도 했다. 159종의 띠부띠부씰을 모은 씰북은 11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 포켓몬빵을 초콜릿 등과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삼육대신문>은 포켓몬빵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상담심리학과 서경현 교수를 만났다.

<사진=서경현 교수>

▲최근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40일 만에 1000만 개가 판매됐다. 소비자들이 오픈런, 끼워팔기, 당근마켓 리셀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포켓몬빵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레트로 감성과 추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포켓몬빵 소비 현상은 레트로 감성으로 인해 일어났다. 또한, 한국의 빠른 유행과 수집력을 자극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레트로마케팅이 사람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사람들은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집값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수집 욕구가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구매 가능한 범위에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켓몬빵이 유행할 수 있었다.

▲사실 제품 자체보다는 빵 속에 포함된 띠부띠부씰이 큰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본질적 가치보다 부가적 가치에 관심이 집중된 현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과한 투자를 하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부가적인 가치는 실제 가치와 다르다. 현재 포켓몬빵은 밴드웨건효과(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현상)를 보인다.

시간이 지나 구매자가 증가할수록 더이상 새로운 스티커가 제작되지 않는다면 밴드웨건 효과의 반대인 스놉효과(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유행이 지나고 띠부띠부씰에 대한 인기가 줄어들면서 점차 띠부띠부씰을 찾는 소비자들이 사라질 것이다.

▲여전히 포켓몬빵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포켓몬 빵에 열광하는 청년층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특정한 사물을 모으는 행동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부가적인 내용물 때문에 무작정 구매하는 것은 좋지 않다. 20대, 30대는 실제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실제로 가치가 없거나 필요 없는 가상의 가치를 따를 필요는 없다. 경제적인 소비가 크게 없다면 추억을 되새기며 구매하는 행동 자체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아니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하고 수집하는 소비 활동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다. ‘소비 활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는 놀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켓몬빵의 경우 어릴 적 추억을 회상시키고 온라인상에서 같은 추억을 지닌 사람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그러나 재미를 넘어 수집에 몰두해 과도한 지출과 시간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에 따른 소비가 필요한 때다.

이주빈 기자<leejubin0104@gamil.com>

김종우 기자<lion39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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