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광화문광장은 ‘역사 위를 걷다. 문화 곁에 쉬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지난달 6일 도심 속 휴게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 도심재창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처음 조성됐다. 이후 2020년 11월,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의 변화를 위해 13년 만에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수경‧휴게공간 ▲발굴문화재현장전시 ▲역사문화스토리텔링 ▲문화‧야경콘텐츠 등 숲과 그늘이 어우러진 ‘공원 같은 광장’으로 탈바꿈했다.
①재미 요소를 더한 수경‧휴게공간
재개장 후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넓어진 휴게공간이다. 과거 35m였던 폭은 이번 공사에서 60m로 확장됐다. 이곳에 나무 5000그루와 갖가지 식물을 심어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녹지대를 조성했다. 곳곳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쉬어 갈 수 있는 벤치와 잠시나마 더운 열기를 식혀줄 분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쉴 틈 없이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로 붐비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도심 한가운데 앉아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 가볍게 산책하며 점심시간을 즐기는 직장인, 터널분수를 뛰놀며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아이까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광화문광장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20대, 남)는 “매일 출근하던 거리가 새롭게 바뀌어 놀러 온 기분”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게 조성돼 있어 점심시간 동안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자주 나올 것 같다”며 변화된 광장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밖에도 시간의 벽천, 바닥우물, 샘물탁자 등 다양한 수경시설이 곳곳에 배치돼 더위를 피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청량하게 흐르는 물길이 광장의 녹지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도심 한가운데 싱그러운 여름 풍경을 선사한다.
②육조거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발굴 문화재 현장 전시
광화문광장 한편에는 ‘사헌부 문 터’의 현장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조선시대 관리 감찰 기관인 사헌부가 있던 곳으로 배수로와 우물, 사헌부 청사의 담장과 터, 행랑 유구 등의 흔적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공사 도중 발굴된 매장문화재의 가치를 알리고,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삼군부 터(정부종합청사 앞) △병조 터(세종로공원 앞) △형조 터(세종문화회관 앞)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통해 육조거리(조선시대 6개의 중앙관청이 있던 광화문광장 앞 대로)의 유구(遺構)를 보존하고 그 터를 재현한다. 발굴 문화재들은 광장의 역사•문화적 의의를 제고함과 더불어 현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③역사문화 스토리텔링을 더한 즐길 거리
광장 바닥을 메운 8800개의 동그란 타일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해 햇빛과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 이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민주주의와 서로 다른 개개인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시민의 광장으로서 가치를 형상화한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상징인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의 변화는 공사 과정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두 동상 주위에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주변 환경을 재정비함으로써 광장 전체의 역사문화적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은 이순신 장군의 주요 승전 내용과 어록을 기록한 승전비들이 들어서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또한 동상 전면에 위치한 ‘명량분수’는 충무공 이순신의 해전을 상징하는 바닥분수로 더운 열기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야간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조명들과 분수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인다.
‘세종대왕상’ 뒤편은 ‘세종충무공이야기’ 전시관과 이어지는 지하통로가 마련돼 있다. 큐브 형태의 미디어 글라스로 설치된 출입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담은 역사 콘텐츠와 한글, 태권도 등의 한류 콘텐츠 등 미디어아트가 송출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세종대왕상 좌측으로는 ‘터널분수’와 ‘한글분수’를 볼 수 있다. 터널분수는 광복 이후부터 광화문광장 개장까지 77년의 역사를 함축한 의미로, 77개의 아치형 분수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상징한다. 천, 지, 인의 한글 창제 원리가 반영된 한글분수는 자음과 모음을 분수로 형상화해 한글의 가치와 세종대왕의 업적을 담았다.
산책로를 따라 212m 길이의 ‘역사물길’이 흐른다. 1392년 조선 건국부터 2022년 광장 재개장까지 630년의 역사를 연도별로 새긴 돌판 위를 지나는 역사물길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광화문 월대와 해치상은 현재 복원 중이다.
④광장 주변과 연계한 문화‧야경 콘텐츠
해가 진 광화문광장은 주변 구조물과 어우러지며 웅장한 야경을 선사한다. 광화문역과 광장을 연결하는 ‘해치마당’에는 53m 길이의 미디어월이 설치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천지인(天地人)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송출한다. 사람 인(人)을 주제로 한 <광화 아쿠아리움(Aquarium)>과 <폴라로이드(Polaroid)>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영상창으로 볼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쌍방향 콘텐츠로 방문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광장 좌측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대극장 벽면이 ‘라온하제(‘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와 여름밤의 서늘 맞이’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전시돼 있다. 광장 우측에서 공사 중인 KT빌딩은 인근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실감형 미디어아트로 디자인된 공사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ㄱ’자 형태의 3차원 입체 영상을 송출하는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 외벽을 설계했다. 새벽 숲을 거니는 호랑이, 번개, 구름 등 착시를 일으키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광화문광장과 조화를 이룬다.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중심으로 오랜 시간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녀온 광화문광장이 한층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쉼터가 된 광화문광장. 새로워진 광화문광장에서 쓰여질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기대한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