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과정 중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2007)’ 논문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일 국민대의 자체 논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대는 “문제가 된 4건 중 3건은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나머지 1건은 자료가 없어 검증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등 4편의 표절을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표절 의혹에 대한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국민대의 자체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하며 재조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민대 교수회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전체 교수회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투표에는 국민대 소속 교수 406명 중 314명이 참여했고, 재검증 찬성률 안건에 과반이 반대했다. 김 여사 박사학위 논문 재조사위원회 판정 결과보고서와 회의록 공개 요청에 대한 안건 찬성률 역시 48%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교수회 자체적으로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검증위원회를 꾸리자는 안건에는 38.5%가 찬성했다.
교수회 투표 결과에 따라 사실상 해당 논문 자체 검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판정 결과보고서와 회의록의 투명한 공개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대 교수회장 홍성걸은 투표 결과에 대해 “우리의 결정이 어느 방향이더라도 그것은 우리 교수회의 집단 지성 결과”라고 전했다. ‘집단 지성’을 필두로 논문 재검증을 회피한 국민대 당국의 판단에 결국 교수들마저 동조한 꼴이 됐다.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투표 관련 입장문에서 “김 여사 논문 재검증에 대한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학교 측의 회유 등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고려하면 대단한 용기의 결과”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표절을 부정한 학교 당국의 최종 판단이 이미 이루어졌기에 재검증을 비롯한 결과보고서와 회의록 공개 요청 안건의 통과를 기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수회 자체 투표 과정에서 실제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안건으로 교수회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표절 의혹 사태의 본질은 단순 연구부정행위를 넘어서 학생 지도와도 직결된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문적 양심’을 요구하며 표절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고 있다. 명백한 표절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는 대학의 태도는 교육 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학문적 양심을 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논문 표절 및 재검증을 부정한 국민대 당국의 판단은 김 여사의 표절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논문 표절 논란이 거듭해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교육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에선 논문 검증 책임은 대학에 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은 검증시스템이 부실하게 이루어지더라도 잘못을 묻기 어렵다. 표절 검증 책임은 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보다 공신력 있는 교육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대 당국의 논문 검증 부결 판단이 김 여사의 표절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