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개최국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 우리 돈 약 286조 원을 쏟아부었다. 직전 러시아 대회에 비해 무려 17배나 증가한 수치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는 월드컵 축제를 더 풍성하게 해 줬지만, 그 이면에는 인권 유린 문제가 가려져 있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대회 인프라 구축에 동원된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 가운데 67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69%가 ‘돌연사’로 분류됐다. 중동 지역의 폭염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사인으로 지목됐다. 이마저도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되지 않은 수치이기에 실제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타르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40명에 불과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32개 참가팀에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월드컵에 집중하자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카타르 정부와 FIFA는 수면 위로 등장한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 문제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 사회의 질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며 보이콧을 외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독일 축구팀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서포터들은 2022~202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영국 맨시티와의 경기 도중 ‘보이콧 카타르 2022’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식 생중계를 2분 만에 중단했다. 이는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 문제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독일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의 인권 유린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 인권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은 유니폼을 통해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 후원사인 험멜은 덴마크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입을 유니폼의 디자인을 축소한 이유로 “수천 명의 목숨을 잃게 한 대회에서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은색 서드 유니폼은 사망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았다.
이 밖에 세계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페어스퀘어는 FIFA의 2022년 월드컵 파트너 및 후원사가 FIFA와 카타르 정부를 압박해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보상 및 구제 조치를 제공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3개의 인권 단체는 14개의 카타르 월드컵 파트너 및 후원사에 서한을 전달하며 적극적 행동에 나섰다. 이 중 ▲AB인베브/버드와이저 ▲아디다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4개 기업만이 인권침해의 보상에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년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했다. 선언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제23조 3항에서는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에게 인간의 존엄에 부합하는 생존을 보장하며, 필요한 경우에 다른 사회보장 방법으로 보충되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며 노동자의 인권 수호를 천명하고 있다.
전지은 기자<jwings_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