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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7일 금요일

“언론은 국가의 워치독” … MBC 사태로 보는 한국 언론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약 6개월 만에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며 매일 아침 취재진과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진행한 도어스테핑에서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됐고 대통령실은 논란이 커지자 도어스테핑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MBC 기자의 행동은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어스테핑의 취지를 살릴 방안이 마련되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윤 대통령은 옳지 않은 언론관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국기자협회는 “도어스테핑 중단은 비판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며,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과 MBC의 갈등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그 시작은 9월 22일 MBC가 단독 보도한 윤 대통령의 한마디였다. MBC는 전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한 말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고 보도했다. 이는 삽시간에 각종 미디어 매체를 타고 번졌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MBC가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월 9일, 대통령실과 MBC는 또다시 부딪힌다. 대통령실이 MBC 출입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취재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는 그 자체로 취재권 제한이다. 이 사태에 대해 남재일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고 탑승하는 취재진은 동승료를 지불한다.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도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기회 박탈은 다른 언론사에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다”며 대통령실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연일 이어지는 정부와 MBC의 갈등으로 올바른 언론관을 확립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언론학에서는 언론의 성격을 크게 워치독(Watch Dog), 랩독(Lap Dog), 가드독(Guard Dog), 슬리핑독(Sleeping Dog)으로 분류한다. 워치독은 말 그대로 감시견, 권력을 감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언론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말이다. 애완견이라는 뜻의 랩독은 강자에게 꼬리를 흔드는, 즉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의 모습을 말한다. 가드독은 권력에 편입돼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권력에 기꺼이 저항하는 경비견, 슬리핑독은 이슈에 눈감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언론을 의미한다.

언론은 국가권력에 기생하는 ‘랩독’이 아닌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수호하는 ‘워치독’이다. 랩독은 결코 부정한 권력을 사회에 고발할 수 없다. 이들은 권력에 동화되며 언론인으로서 다해야 할 사명을 잃고 만다. 반면, 워치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언론의 모습이다. 언론의 취재권을 임의로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은 감시견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는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헌법 제21조는 언론의 자유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헌법수호를 주창하며 특정 언론사를 탄압하는 것은 ‘모순’이다. 헌법을 수호하는 국가권력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언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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