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행동에 미친 영향: 관대한 교육방법의 효과(정희진·강창희)>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내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복장 및 두발 규제 금지, 소지품 검사 최소화’ 조항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규정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일부 단체가 폐지를 주장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학생 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이하 범시민연대)도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로 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학부모가 자녀를 훈육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탈선이 늘어가고 시험이 줄고, 수행평가로 대체되며 기초학력도 미달된 상태”라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이 고개를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2월 14일 시민연대는 6만4337명이 동의한 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지난달 1일,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발의됐다. 일부 종교단체와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로의 성적 지향을 조장,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등의 이유를 들어 폐지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범시민연대는 “학생인권조례는 동성애와 양성애, 성전환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동성애와 양성애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원평가에 교사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이 적혀 논란이 있었고 같은 달, 전라북도 군산의 한 중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시민연대는 최근 발생한 여러 교권 침해 사례를 들며 이 같은 움직임에 무게를 더했다.
과연 학생인권조례 폐지만이 학생들을 선도할 유일한 방법일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이전에는 교사 체벌과 강압적인 교육이 만연했다. 또한 학교에서도 두발과 복장을 강제로 규제해 학생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받지 못했다. 학교에 지각하거나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는 학생을 ‘통제’하는 것이 유일한 선도 방법이라는 기성세대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악습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을 위한 ‘권리’만 존재하고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의 권리와 의무가 법으로 정해져 있듯이 학생들도 그들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해야 한다. 현재 일부 단체의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제도 정비와 규율 강화 등의 차선책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 시도임이 분명하다.
빈번히 발생하는 교권 침해 사례와 탈선 사례를 본다면 학생들을 올바르게 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학생들을 쉽게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구시대적 교육관에 불과하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기초석이다. 학생들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없애는 것이 아닌, 효과적으로 선도할 방법이 무엇인지 더 숙고해야 할 때다.
김종우 기자<lion39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