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이 머잖았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재정추위)가 5년 만에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2023~2093)’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시, 2041년이 되면 지출이 수입을 넘어선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기금 소진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고갈 원인은 제도 설계에 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선진국의 제도를 착안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을 취했다. 그 시기에는 인구가 많고 경제도 성장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의 제도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설계돼 있다. 돈을 많이 낼수록, 더 오래 낼수록 큰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인구구조 변화도 고갈을 앞당겼다. 합계출산율의 감소로 국민연금 가입자와 보험료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수급자의 수와 연금지출은 증가하고 있다. 적립액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 것. 이 때문에 청년들이 낸 보험료가 적립되지 않고 고령층에 사용된다.
국민연금이 고갈 직전에 이르자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재정추위는 수지 적자 상황을 막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수준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재정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참고하면 현행 9% 보험료율이 2025년 19.57%, 2035년 22.54%로 인상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보험료 수준도 부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반기는 이들은 극소수다. 한경비즈니스가 ‘MZ세대가 바라보는 국민연금(3001명 응답)’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 청년들은 현재 보험료율이 ‘부담’된다는 항목에 무려 79.9%가 동의했다.
앞서 연금 개혁을 단행한 프랑스의 경우, 정년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늘어난 기간 동안 사회보장부담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1’ 자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프랑스(27.8%), 영국(25.8%), 일본(18.3%), 미국(10.6%) 순으로 이어지고 한국(9%)은 7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금 문제를 겪은 다른 국가들은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과거 정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연금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노동·교육·연금을 3대 개혁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되고 1998년과 2007년 개혁 이후, 지난 15년 동안 정착된 연금 제도이기 때문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섣불리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연금 개혁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변곡점 위에 있다. 문제는 사태가 지속될수록 세대 갈등과 국가 운영 등 여러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고 합당한 절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갈등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연금 개혁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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