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대전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 사건’과 5월 ‘수원 스쿨존 시내버스 사망 사건’으로 두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가장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장소인 ‘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스쿨존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한 어린이 보호구역’. 일반적으로 유치원·초등학교 주위 300m 반경을 말한다. 스쿨존에서는 제한속도 30km/h를 준수해야 한다. 어린이가 승·하차하지 않으면 주정차할 수 없다.
2019년 ‘충남 아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사건’을 계기로 스쿨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죄)’이 제정됐다. 그럼에도 관련 사고가 줄지 않자 법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스쿨존 교통사고는 민식이법 시행 전인 2019년 567건, 시행 후인 2021년 523건으로 큰 차이가 없다.
민식이법에 의해 스쿨존 교통사고의 운전자는 사망사고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지난해 4월 1일부터 1년간 판결을 분석한 결과, 민식이법에 저촉된 98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판결은 단 6건에 불과했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은 36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스쿨존 교통사고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었다. 대법원도 올 7월부터 스쿨존 음주운전으로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히면 최대 ‘징역 10년 6개월’, 음주 사망사고 시 최대 ‘징역 15년’, 뺑소니의 경우 최대 ‘징역 23년형’을 부과하는 새로운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교내 스쿨존의 실태
<삼육대신문>은 우리 대학 후문 스쿨존(삼육대학교 유치원 반경 70m)의 교통상황을 취재했다. 후문 일대는 회전교차로와 구
불구불한 지형으로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모두 위험하고 복잡한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스쿨존 ‘주정차’였다. 지난 4월까지 후문 인근 회전교차로는 무질서하게 주정차한 차량으로 매우 혼잡했다. 유치원생 등하원 시간이면 이중으로 주정차해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다행히 4월 중순 이후, 등하원 차량 정차 구역이 지정된 이후 후문 교통상황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불법 주정차 단속도 혼잡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박대성 경비팀장은 이와 관련 “정차 구역을 신설하면서 문제가 다소 해소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 노란색으로 지정한 정차구역은 유치원생의 등하원을 위한 공간이므로, 학생과 교직원은 다른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결되지 않는 스쿨존 교통 문제, 그 원인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 사고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처벌 수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민식이법의 양형이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매우 약하다”고 지적하며 “법률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정의로운 판결이 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법의 제·개정보다 실효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AXA손해보험이 지난해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조사’에 따르면 스쿨존 안전을 위한 개선점으로 ‘불법 주정차 구분 명확화’가 전체 응답자의 54.8%로 가장 높았다. ‘어린이 보호구역 안내 강화(46%)’, ‘운전자의 보행자 안전 의식 개선(44.6%)’, ‘운행 속도 관리(35.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스쿨존 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불법 주정차임에도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 어린이는 키가 상대적으로 작아 운전자의 시야에 잘 포착되지 않고, 주정차 된 차가 많은 환경에서는 더욱 위험하다. 주정차 된 차량은 인도와 차도의 시야를 가려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판단 능력이 느리고, 정면과 대상만을 주시하는 경향이 있는 어린이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스쿨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식이법’의 강화뿐 아니라 사후 처리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불법 주정차 근절이 선행돼야 한다. 언론 보도도 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에만 집중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후 처리를 자세히 다뤄 국민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스쿨존 사고를 잠시 안타까워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처벌 과정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장서 ‘보물’을 지키는 일이다.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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