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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북극해 패권 경쟁 가속화… 한국도 연구•개발 힘써야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관측에 따르면, 1979년부터 지금까지 77만㎢, 약 한반도 면적의 8배의 해빙이 사라졌다. 과학지 <네이처>는 2030년께부터 북극의 해빙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북극해 해빙이 녹으면서 항로 개척이 가능해졌고, 북극 심해에 매장된 자원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북극해를 확보하려는 국가들이 패권 경제에 뛰어들며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1= 송겸 기자/기존 항로와 북극 항로의 약도>

◆북극해의 이점은?

북극 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기존 항로는 중국해를 통해 인도양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지나 대서양으로 향한 뒤 도착한다. 그러나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동해안에서 태평양을 통해 북극해를 지나 유럽으로 도달하게 되는데, 이는 기존 항로에 비해 이동 거리가 약 3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운항 일수를 10일에서 15일가량 단축할 수 있으며, 수에즈 운하의 통행료 역시 절감이 가능하다. 

북극의 천연자원 또한 북극해의 패권 경쟁에 불을 붙인다. 북극의 심해에는 원유와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한 천연가스, 이트륨, 스칸듐, 란탄 등의 희토류를 비롯해 다량의 LNG가 매장돼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의 개발되지 않은 천연가스 30%가량이 북극 바다에 잠겨있다. 

◆북극해를 둘러싼 분쟁

북극해는 다양한 국가가 인접해있어 특정 국가가 영유권을 점거할 수 없다. 1996년 미국, 러시아,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등 8개의 인접국이 ‘북극이사회’를 설립해 북극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북극이사회에는 이사국이 북극의 영유권을 독점하고, 비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자 ‘옵서버’를 두고 있다. 옵서버는 북극이사회에 참가해 의견을 개진하고, 북극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옵서버는 이사국의 인접국이 맡게 되며,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대한민국, 중국, 일본 등의 13개국이 속한다. 

한편 중국은 자신이 ‘근 북극 국가’임을 내세우며 북극해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북극 정책 백서’를 발표하며 북극 항로 개척과 천연가스 개발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국의 최근 행보는 공익적인 개발이 아닌 북극해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알래스카 해역에 중국과 러시아 연합 군함 11척이 출몰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위협 외국 군함이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 연합군은 해군 이지스함 등 구축함 4척과 해상 초계기를 급파했고 알래스카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일에 대해 중국은 ‘연례적인 군사 훈련과 합동 순찰’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은 쇄빙선 함대를 증설하고, 알래스카 공군 기지에 최신식 전투기를 100대 이상 배치하며 북극해 안보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 2=pixabay/미국 군함>

북극해 패권 탈환을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택했다. 중•러 연합은 북극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들은 중국의 자본과 러시아의 기술력•군사력을 더해 북극 내 군사기지를 보수, 건설하고 있다. 또, 지난 7월 20일부터 양국의 해•공군은 북극해와 태평양, 동해 연안에서 군함 10여 척과 군용기 30여 대를 동원한 ‘북부•연합-2023’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노르웨이 연안 북극에서 육•해•공 합동 동계 훈련을 시행하고 캐나다군과 북극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북극 대사’ 직을 신설하며 북극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북극 패권 다툼을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신냉전이 북극해까지 확장됐음을 보도했다. 북극해의 패권 경쟁이 신냉전의 기류와 맞물리며 거대한 군사 경쟁까지 이어지고 있음에 대해 경고한 것이다. 

◆북극해 패권 경쟁, 한국은 어떤 입장?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과학 연구 목적의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를 북극에 파견해 북극해 탐사를 진행했다. 또한 해군 장교 2명이 ‘북극 항해 전문가’로 훈련하며 북극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 3=pixabay/쇄빙선>

우리나라는 2027년 항해를 목적으로 차세대 쇄빙연구선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성능 시험 연구를 진행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개발팀은 아라온호의 2배 규모의 쇄빙선 개발 계획을 밝히며 북극해 개발의 신호를 알렸다.

북극해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이 가치를 안 세계 여러 국가가 북극해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북극해의 패권 다툼이 신냉전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앞으로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북극해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두고, 우리의 기술력을 활용한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 다른 나라의 북극해 패권 경쟁을 관망하는 것이 아닌 한국이 앞장서 북극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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