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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 ··· “민간인 학살을 중단하라”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다. 이튿날 이스라엘이 곧바로 전쟁을 선포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한 달이 지난 현시점, 전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전쟁의 장기화는 곧 민간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 7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누적 사망자가 1만 명이 넘고 부상자는 2만여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중 어린이 인명피해가 사망 4100여 명, 부상 약 8100명, 실종 1250명 등으로 심각하다.

지난 10일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누적 사망자는 약 1200명이다. 한 달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1만14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의 사망자 1만1284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민간인 학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하마스 군이다. 하마스는 유대교 최대 명절인 초막절 행사를 기습해 총격을 퍼붓고 인질을 납치했다. 이후 군대를 조직한 이스라엘군이 반격하며 가자지구 최대 요충지인 가자시티를 포위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군도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폭격을 가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민간지역에 기지를 세워 민간인들을 방패로 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간방패’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알시파병원을 폭격했다. 국민을 수호할 의무를 지닌 국가가 다른 나라 국민의 생명은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지난 11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장관은 “우리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고 살해한 자들과는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스라엘 지도층은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 안위를 살피고 전쟁이 국익에 도움 되는지 고민해야 함을 망각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사망한 민간인 숫자를 보면 분명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도 이스라엘 측에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빈 살만 사우디 총리도 휴전을 제시했다.

세계인권선언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스라엘은 단순히 국제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느 국가라도 전쟁을 치르며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민간인 학살의 참상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 만일 팔레스타인 내에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단순 인도주의적 동기 이상의 효과로 민간인들의 생명보호를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희생시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화살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참극으로 돌아갔다. 파국으로 치달은 이 전쟁은 잔혹한 테러 집단과 비인도적인 전범국 간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그중 최대 피해자는 두 집단이 아닌 가자지구 내 민간인이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 혹은 교전 단체 사이에서 무력으로 싸우는 것이다. 즉, 전쟁을 치르는 해당국이 아닌 사람들을 공격할 권리가 없으며 이를 무시한 공격은 명백한 테러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고 국가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학살을 멈추고 인도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배건효 기자<ghism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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