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BCI(Brain-Computer Interface)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전자 칩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BCI 기술은 인간의 뇌파나 뇌세포의 전기적 신경 신호를 통해 외부의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던 미래의 제어 기술이 우리 삶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
뉴럴링크의 진행형 프로젝트는 뇌 2mm 미만 깊이에 ‘N1’ 칩을 이식해 뇌파를 신호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험을 위해 뉴럴링크는 지난해 9월 사지마비 환자를 모집했다. 이로부터 약 4개월이 흐른 지난 1월 머스크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환자는 현재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CEO는 해당 전자 칩을 ‘텔레파시’라고 부르며 이 기술을 통해 “파킨슨병, 시•청각 장애 등의 신경 질환, 우울증과 중독 등의 정신 질환을 극복하고자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나아가 그는 텔레파시가 “인간의 지능을 증강하고 생각을 제어하며 인간의 기억을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하는 기능을 보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 인간의 기억을 휴머노이드에 이식할 수 있다”며 전망했다.
BCI 기술은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고, 인간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뉴럴링크의 BCI 기술 개발이 현실의 영역으로 넓어진 것은 그 시효로 볼 수 있다. 김영수 연세대 약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뇌는 지금까지 10%도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므로 뇌의 신호를 제대로 포착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라 평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 물리적 칩을 직접 이식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을 향한 안전과 윤리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BCI 기술의 개발 역사가 짧아 뇌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질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의 근거다.
특히 뉴럴링크의 칩은 약 1만 개의 전극을 활용한 칩이기에 전극이 뇌를 통과할 때마다 뇌세포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농무부는 뉴럴링크의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들이 칩 이식 이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신경쇠약 등의 부작용을 겪어 총 23마리 가운데 7마리만 생존한 사실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뇌에 이식된 칩이 외부 컴퓨터와 연결돼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김성필 UNIST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칩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해킹해 인간의 기억과 인지 능력을 추적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의 뇌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누군가 악의로 해킹해 활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이어 김 교수는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인간에게 원치 않는 정보를 집어넣어 위험한 사상과 이념을 세뇌하는 데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럴링크의 수술 성공에 대한 소식은 전 세계 언론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뉴럴링크를 비롯한 BCI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의 한계와 활용 방안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새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검증할 수 있는 국제적 표준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와 함께 BCI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에 발생 가능한 윤리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개편하려는 국제 사회의 논의가 시급하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편리성만큼이나 숭고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계의 활발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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