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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새벽부터 황혼까지》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展

북유럽풍 인상주의에서 ‘봄을 만나다’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날씨다. 주변 풍경은 녹음을 옷 입고 싱그러워진다. 봄이다. 봄은 생동감과 따뜻함을 통해 우리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런 계절을 북유럽 화가들은 어떻게 화폭에 담아냈을까.

<사진1=송겸 기자/새벽부터 황혼까지>

스웨덴-대한민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스웨덴국립미술관과 마이아트뮤지엄이 협업해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전시회가 열렸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을 포함해 한나 파울리, 칼 빌헬름손 등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 79점을 선보였다.

<삼육대신문>은 북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한 봄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1관: 혁신의 새벽

19세기 말 북유럽에 불어온 새로운 화풍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북유럽의 예술가들은 역사화와 풍속화만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예술계에 반기를 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랑스로 떠났다.

<사진2=송겸 기자/꽃따기>

휴고 삼손의 ‘꽃따기’, 칼 프레드릭 힐의 ‘몽티니 쉬르 루앙의 가파른 오르막’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작가가 바라본 세상을 독특한 자신만의 색채감으로 표현한 작품이 북유럽의 봄을 생생히 전한다.

특히 칼 프레데릭 아가르드의 ‘봄의 아침, 새비 숲 구주희 경기장’은 사실주의적이며 자연주의적으로 봄날의 아침과 숲의 풍경을 묘사했다. 울창한 숲의 모습에 반사되는 햇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미묘하게 표현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브루노 릴리에포르스의 ‘여우 가족’은 야생의 여우가 사냥하는 장면과 먹이를 먹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사실적 묘사를 통해 싱그러운 봄의 들판과 잔인하게 잡아먹힌 새 묘사의 대비를 통해 생동감을 표현했다.

◆2관: 자유의 정오

19세기 북유럽 여성 화가의 서사를 담았다. 이 시기 북유럽의 여성 화가들은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제약을 떨치고 전시 기회를 꿰차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갔다. 덕분에 북유럽 화풍은 현대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나 파울리는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한 스웨덴의 대표적인 여성 화가다. 빛에 따른 변화를 포착하고 이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만의 화풍은 독특한 분위기와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3=송겸 기자/아침식사 시간>

대표작 ‘아침식사 시간’은 색다른 구도에서 야외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정원의 나뭇잎 사이 비친 햇살과 푸르른 잎의 조화를 통해 일상적인 북유럽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은 또 다른 여성화가 안나 보베르크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의 아카데미 경향을 따르지 않은 독자적 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강한 어머니이자 여성이었던 안나는 극지의 산악을 자주 오르며 풍경화를 그렸다. 노르웨이의 노을이 비친 험난하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담은 이 작품은 여성의 고전적 역할 탈피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3관: 거대한 황혼

1890년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1890년대 초·중반, 북유럽 미술계에는 자신의 그림에 민족 고유의 정서와 특질을 반영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는 예술가들이 “상징주의”라고 불리는 새로운 예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이후 전형적인 북유럽 특유의 감성을 형성했다.

<사진4=송겸 기자/베스트만란드주 엥겔스베리의 호수>

올로프 아르보렐리우스는 주로 풍경화와 풍속화를 그린 스웨덴의 화가다. ‘베스트만란드주 엥겔스베리의 호수’는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숲과 오래된 산등성이, 잔잔한 물 위로 비친 고요한 여름날의 모습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이 작품은 스웨덴 시골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가장 스웨덴다운’ 그림으로 꼽히며 ‘스웨덴의 그림’이라 불렸다.

‘여름밤을 위한 습작’은 화가 오토 헤셀봄의 고향 달스란드의 해 질 녘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다. 오토 헤셀봄은 스웨덴의 정체성을 표현한 화가다. 새벽이나 황혼을 나타내는 어스름한 비 표현과 강하고 뚜렷한 윤곽선의 표현은 북유럽 풍경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고요한 웅장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국가적 차원의 민족주의 양식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스웨덴의 빛으로 여겼다.

◆4관: 북유럽 가정과 실내 풍경

당대 사회문화적 흐름을 따른 작품들과 북유럽 화가들의 다양한 실내 표현법을 살펴볼 수 있다. 19세기 말 실내는 가장 인기 있는 모티프로 부상했다. 이 시기 많은 예술가는 실내 풍경, 초상화, 사교 장면을 자주 묘사했다.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는 덴마크의 초상화가 베르타 베그만의 작품이다.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 정원에 대한 실감 나는 표현과 배경과 인물의 원근감 구사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덴마크의 화가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의 ‘아침식사 중에’는 아내 시그리드 케홀러가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링은 아내가 읽고 있는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이는 외부 세계를 상기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사진5=송겸 기자/책을 읽는 리스베스>

칼 라르손은 ‘스웨덴의 국민 화가’로 불린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스웨덴은 경제적 불안을 겪었다. 그러나 칼은 ‘집’을 극심한 빈부격차를 체감하게 하는 존재가 아닌 행복하고 따스한 공간으로 느끼게 한 화가다. 그의 작품 ‘책을 읽는 리스베스’는 빛 표현, 파스텔 색감, 가구, 소풍을 통해 따뜻한 분위기의 보금자리를 구현했다.

해당 전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북유럽의 화가들이 아꼈던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원화 79점으로 구성된 전시는 프랑스 중심의 주류를 탈피하고 북유럽 특유의 화풍이 확립된 서사를 조명한다. 북유럽만의 고유한 감성과 화풍으로 그려낸 봄의 풍경과 북유럽의 일상적 배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한다.

오는 8월 23일까지 강남구 대치동 소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김정인 기자<evelyn52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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