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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반복되는 산업재해, 현행 안전체계 문제점은?

노현승 교수 “국가가 중재자 역할 맡아야” 지적

매년 4월 16일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제정된 <국민안전의 날>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기준 산업재해자수는 130,348명. 전년 대비 7635명 늘었다. 같은 해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보도되면서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했다. 산업재해는 노동 과정에서 업무상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생긴 신체상의 재해를 말한다.

<사진제공=노현승 교수/노현승 보건관리학과 교수>

<산업보건학>을 강의하는 노현승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산업재해 발생 원인에 대해 “각 업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한국 같은 경우는 제조업 비율이 높아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이나 제조업처럼 위험 요소가 많은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2022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산업별 재해자 분포도에서 제조업은 전체의 24.21%, 건설업은 전체의 23,97%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는 시민·종사자 사망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 의무 및 처벌을 규정한 법률이다. 2018년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압사 사고, 2020년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사고 등 근로자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 중대재해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산업보건안전체계의 부작용

높은 산업재해 발생률에 비해 더딘 판결 속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겨레신문>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1심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00일 이상 걸린다.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의 첫 공판도 2024년이 돼서야 열렸다.

노현승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이 지연되는 이유로 경제적 측면을 들었다. 산업 피해를 입은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문을 닫거나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면 다른 노동자의 생계 수단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가 또한 경제적 활동을 하는 주체가 줄어들어 피해받는 문제가 생기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자가 책임을 지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업자의 기본 목표는 이윤 추구인데 이를 무시하고 안전만을 강요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간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피해 근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산재보험을 통해 근로자와 사업주 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사업자 측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짐이 얹히며 균형의 추가 기울어졌다는 판단이.

노 교수는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에게 부담이 가는 형태”라며 “양측 집단을 고려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처벌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할 때 산업재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건강에 취약한 요인을 가진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이 최우선

노현승 교수는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 산업재해와 관련된 당사자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이런 상황일수록 국가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예방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도 포괄하는 만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사람들이 산업보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자의 절반(47.78%) 가량은 근속 기간 6개월 미만의 신규 근로자였다. 근무 환경의 위험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 교수는 이와 관련해 “취업이나 역량 개발을 위한 강의는 많으나 일을 하다 피해를 보게 된 경우 대처법을 알려주는 강의는 드물다”며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산업보건 관련 교육을 기본 교육과 함께 진행한다면 범용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사회에 진출하는 학우들에게 “안전보건공단이라는 정부 기관에서 안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사회에서 사고를 당했다면 산재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황서현 기자<blacksmith3155388@gmail.com>
정지원 기자<jiwon0413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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