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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8일 일요일

누구를 위한 개그인가, 눈살 찌푸려지는 과한 개그

지난 4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촬영 중 흡연 연기를 선보이다 실제로 담뱃불을 붙여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게스트로 출연한 방송에서 ‘사랑의 스튜디오’ 코너를 패러디하다 돌발 행동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SNL코리아’ 코미디쇼 특성상 성역 없는 풍자와 거침없는 패러디를 기조로 한다. 그 시대에 대한 풍자를 담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시청자들은 “표현의 자유”라며 “과거 방송 콘셉트를 패러디한 것이기에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과 “패러디라지만 촬영 중 실내 흡연은 지나쳤다”는 반응으로 갈렸다.

개그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해 즉석에서 하는 대사나 몸짓’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그맨 또는 방송인들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때로 과한 개그를 선보이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예능 방송에서의 과한 개그로 인해 논란이 일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행동뿐 아니라 선 넘는 농담으로 화제가 된 경우도 빈번했다. 특정 대상 혹은 불특정 다수를 비판하고 조롱하며 웃음을 유도해 시청자들의 불편을 유발하는 방송이 허다하다.

지난 5월에는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업로드한 ‘메이드 인 경상도’ 경북 영양 편 영상이 도마에 올랐다. 출연진인 개그맨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경북 영양을 여행하는 듯한 영상에선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이들은 “여기 중국 아니냐” “특색이 없다”며 지역 특성과 식당, 음식에 대해 무례한 평가를 이어갔다.

JT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출연자 김희철은 여성 게스트들에게 담배 농담을 자주 건넨다. 다비치의 강민경이 게스트로 나온 회차에서 데뷔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던 중 김희철이 갑자기 흡연하는 시늉을 해 강민경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강민경은 개인 소셜미디어 방송을 통해 담배 농담을 두고 “이런 말이 재밌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해외에서도 과한 패러디로 비난받은 방송이 있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 <Gaki no Tsukai> 신년 특집에서 배우 하마다 마사토시가 얼굴을 검게 칠하고 에디 머피의 ‘비버리 힐즈 캅’ 캐릭터로 분장하고 나온 장면이 논란이 됐다. 방송이 송출된 후 많은 시청자가 불쾌감을 드러내며 인종차별적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과한 개그나 패러디 논란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얻기는커녕 피로감만 쌓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을 나누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적정 수위를 넘어선 과한 개그는 반대로 ‘웃음’이 아닌 ‘불쾌감’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한다.

개그와 유머는 문화적 배경과 개인의 사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방송인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그를 표방하며 타인에게 무례가 되는 개그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 나쁘고 불편한 행위다. 상처가 될 수 있는 과한 개그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김정인 기자<evelyn52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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