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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지난달 19일, 이란의 에브라히 라이심 대통령이 갑작스런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며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했다. 전쟁의 위험이 채 가시지 않은 중동 분위기에 더욱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여전히 휴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의 러•우 전쟁 역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YTN은 러•우 전쟁을 위해 동원된 러시아군 30만명이 평균 4.5개월 만에 전사한다는 보도를 냈다. 또한, BBC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부대는 무능한 사령관의 전술 실패로 나흘 만에 3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징용된 군인들의 희생으로 군대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승패와 무관하게 참혹한 희생과 그 대가를 치른다.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2022년 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그 잔인한 희생의 서사를 전달한다. 1929년 레마르크가 발간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사진1=Netflix/서부 전선 이상 없다 공식 포스터>

◆ 파울이 겪은 전쟁의 잔인함

영화는 발단부터 전쟁의 비인간성을 조명한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병력이 부족해진 독일은 고등학생들까지 참전할 것을 종용한다. 감독은 주인공 ‘파울’이 전사자의 군복을 물려받고, 붙어있던 전사자 이름표가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강조한다. 국가는 군인을 그저 하나의 전쟁 물자로 취급한다. 군인의 전사는 부품의 망실과 동등할 뿐이다.

전쟁의 잔인함은 ‘파울’의 내면적 갈등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생존을 위해 적군을 죽였지만,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죽은 프랑스군의 품에서는 그의 가족사진이 발견되고, 우리가 모두 가족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임을 느낀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전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파울’은 영웅이 돼 돌아올 순간을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전장으로 향했으나, 이내 잔인한 현실을 마주하고 삶의 주체성을 상실한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파울’은 주변인의 무자비한 희생을 겪는다. 같이 입대한 친구 셋은 모두 죽었고, 가장 의지하던 전우마저 극적으로 타결된 종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사망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전쟁이 있는 곳에는 희망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무능력한 수뇌부와 전선에 나선 병사의 대비

영화는 전선의 병사들과 전쟁 중임에도 안일한 수뇌부의 모습을 대비한다. 병사들은 전장의 최전선에서 신무기를 마주하며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 이와 달리 군 고위 간부들은 ‘군인 정신’을 내세우며 굴욕적인 휴전 협상 타결에 반대한다. 수뇌부는 병사들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존심만을 챙기는 전쟁광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대비는 두 집단의 식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순무의 겨울’을 겪던 독일 병사들은 식량이 부족해 근처 민가에서 음식을 훔치고, 참호 속 긴박한 상황에서도 적군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랜다. 반면 ‘파울’의 부대장인 프리드리히 장군은 청결한 저택에서 음악을 들으며 다채로운 요리를 먹는다. 식후 와인을 즐기기까지 한다.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는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지 못하지만, 이에 무관심한 수뇌부는 아집과 명분에 빠져 실리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제1차 세계대전은 실제 참호전의 양상으로 굳어졌다. 고착화된 전선 속 고작 몇백 미터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희생된 전사자는 300만명 이상이다. 무자비한 희생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이 작품은 전쟁이 그 자체로 갖는 위험성과 폭력성을 드러낸다.

전쟁은 늘 명분으로 시작하지만, 그 누구도 이익을 챙기지 못한다. 국토의 황폐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년이 희생당하며, 잔인한 현실 속에 국민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그러나 자국민의 숭고한 희생은 기릴 새도 없이 잊히고, 소중한 인격체인 병사는 마치 부품처럼 갈아 끼워진다. 전쟁은 언제나 괴롭고 잔인하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는 지금, 국제사회의 일원 모두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앞으로 우리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을 막기 위해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며 반전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송겸 기자 <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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