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5일은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무분별한 개발로 야생동물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이들의 생존은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야생동물 5239종에 대해 조사한 ‘지구 생명 보고서 2022’에 따르면 1970년부터 현재까지 3만1821개 종의 개체수가 69%가량 감소했다.
지난 2월, 이동성 야생동물에 관한 첫 번째 실태 보고서를 발간한 유엔환경계획(UNEP)도 “이동성 야생동물 보호 협약(CMS) 대상 1189종 중 22%인 26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감소 원인으로는 ▲서식지 파괴 ▲과잉 착취 ▲기후변화 등을 들었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식지 파괴. CMS에 등재된 481종이 환경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죽어가고 있다.
◆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 현황
지난 2월, 전북 전주시가 전주천 일대의 버드나무 40여 그루를 예고 없이 베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3월 이미 한차례 버드나무 1000여 그루를 무분별하게 베어낸 적 있다. 이후 전주생태하천협의회의 공식 항의와 시민단체의 극심한 반대를 받고 무차별적인 벌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를 어긴 것이다.
전주천 주변 버드나무와 억새 군락지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자 은신처다. 흰목물떼새와 수달 등 법정보호종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흰목물떼새는 과거에는 흔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 20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지난해 강원 북부 지역에서는 산양 대량 폐사 사건이 발생했다. 산양은 불법 포획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 현재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다.
해당 사건의 원인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를 막기 위해 설치한 차단 울타리가 지목됐다. 폭설로 인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산양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 울타리가 막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실한 대처를 비판했다. 이전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 울타리의 악영향이 제기됐지만 산양 보호 의무가 있는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동서녹색평화도로 설치, 오색 케이블카 사업 등 무분별한 개발을 진행하며 산양 서식지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삶의 터전을 잃고 죽어가는 새들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야생동물 중에서도 특히 조류는 보호 대상이 가장 많은 종이다. 전체 962종 가운데 134종(14%)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탐조 동아리 ‘호버링’ 회장 김동원(동물자원과학,20) 학우, 부회장 기세환(동물자원과학,20) 학우는 최근 조류 개체수의 감소를 체감했다. 이들이 방문했던 파주 공릉천의 여름 철새인 ‘뜸부기’의 개체수가 줄었고, 겨울 철새인 ‘금눈쇠올빼미’는 몇 년 전부터 기록되지 않고 있다. 소청도 방문 당시에는 조류충돌방지협회 관계자로부터 “환경이 파괴되며 소청도 새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김 학우는 이런 문제들이 “인간의 간섭이 자아낸 폐해”라고 꼬집었다. 산이나 숲에 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조류의 서식 범위가 감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류의 서식지 파괴를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보호구역의 확대 및 대중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학우는 “야생동물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면서 학우들에게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그 해결책은?
이후 <삼육대신문>은 야생동물 서식지 문제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해 정훈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야생동물 서식지 감소의 원인은 인간의 자원 개발에 있다고 지적한 정 교수는 “인간의 생활을 위한 농지 및 산림파괴는 어쩔 수 없다. 환경단체가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환경파괴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과 인식 개선이 없다면 서식지 파괴를 막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기후변화 문제도 서식지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정 교수는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면 인간이 살 땅이 줄기 때문에 새로운 땅을 개발하게 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감소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근래 부쩍 증가한 이상기후를 언급하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생물 번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멸종으로 이어진다”고 심각성을 제기했다.
정부는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보호 기준에 맞는 지역 개발을 제한하거나 특정 지역을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서식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 이에 정 교수는 “추가적인 예산 편성을 통해 보존 지역 관리와 생태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이 땅은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의식을 가지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황서현 기자<blacksmith3155388@gmail.com>
정지원 기자<jiwon0413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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