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사회 곳곳에 혐오 정서가 확산하면서 약자 차별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란 신체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소외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이나 집단을 일컫는다.
약자를 향한 혐오 정서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아동의 경우, 특정 공간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대표적인 예시다. 지난해 5월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노키즈존 공간은 542곳 이상이다. 같은 해 대구에서는 달성군 주민들이 학대피해아동쉼터를 ‘혐오시설’이라고 지칭하며 건립을 무산시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에 대한 여론에서도 이러한 혐오 정서가 나타난다.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될 때마다 “출근길에 당해봐라, 짜증 난다”, “선량한 다수 시민의 안전과 생활을 방해하지 마라”며 불만을 제기하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위의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비난하는 행위는 ‘혐오’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이 ‘특정 집단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고 느끼는 것이 이런 정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3년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노키즈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키즈존 설치에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61.9%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 통제되지 않는 어린이들로부터 ‘피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응답자는 찬성 인원의 67.5%에 달했다. 이어 ‘어린이로 인한 소음이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61.1%)는 점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 여론 조성도 혐오 정서 전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과 <국민일보>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네이버 기사 약 537만 건에 달린 1억2114만여 개의 댓글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뉴스 기사에 달린 혐오적인 댓글이 사회적 여론을 형성한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0·29 참사 이후 열린 ‘혐오 차별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혐오 표현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논의했다.
이런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혐오가 장애인, 아동,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같은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강자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약자와는 단절하는 듯 보인다. 소통과 존중 없이 사회적 약자의 존재 자체를 민폐로 치부해 차별하는 것은 혐오의 본질이며, 이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약자 혐오를 멈추고 ‘억강부약’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혐오 표현에 대한 자기 검열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혐오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황서현 기자<blacksmith31553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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