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인플루언서가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인플루언서란 웹상에서 대중의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유명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며 스타급 대우를 받는다.
이들의 영향력은 곧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인플루언서의 가치는 주로 구독자 수, 팔로워 수, 시청자 수치 등으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얻기 위해 일명 ‘어그로’라 불리는 자극적인 콘텐츠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과 선한 영향력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쓴소리까지 들려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해외 뷰티 유튜버 제프리 스타(Jeffree Star)가 있다. 그는 인종차별적 발언, 다른 유튜버들과의 공개적인 갈등 유발, 과거의 문제적 행동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지도는 높아졌고, 제프리는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를 홍보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과도한 노출과 폭로 등이 난무하며 논란 속에 종영한 넷플릭스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도 시청자의 빈축을 샀다. 이 프로그램은 77명의 인플루언서가 출연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방영 내내 콘텐츠의 질이나 철학보다는 단순히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 자체가 ‘인플루언서’로서의 생존 수단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참가자인 장지수(꽈뚜룹)는 두 번째 미션인 라이브방송 중 접속자 수가 예상보다 적자 ‘넷플릭스’를 저격하며 접속자를 끌어모았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모든 비밀 공개합니다’, ‘수익 공개합니다’, ‘BJ 전여친 공개합니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청자 수를 올리기 위해 애썼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지나친 노출과 여성성 어필 등 선정적인 방송으로 시청자 수를 늘려나갔다.
이런 가운데서도 최종 2위에 오른 이사배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프로그램 내내 단순 관심을 얻으려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사배는 인터뷰에서 “자극 없이 오직 퀄리티로 승부 보는 것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사배는 1인 방송 시대에 자극적 전략을 자제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임으로써 진정한 인플루언서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사배 때문에 <더 인플루언서>를 봤다”거나 “진정한 우승자”라는 등의 호평을 보냈다.
인플루언서란 자극적 전략으로 얻은 일시적 인기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통해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자극적 콘텐츠는 일시적으로 호기심을 끌 수 있지만, 대중과의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즉 본질적인 영향력이 결여된 경우, 그 영향력은 쉽게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본질을 지키며 소신 있게 활동하는 것이 진정한 영향을 증명하는 길이다.
궁극적으로 인플루언서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진정성에서 비롯된 신뢰와 공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깊은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에 걸맞는 책임과 진정성을 지닌 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더 나은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나영 기자<kimny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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