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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0일 금요일

‘지구 열대화’ 선진국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가 아닌 ‘지구 열대화’ 시대다. 올여름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의 폭염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경기 여주시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최고 섭씨 40도가 찍혔다. 지난 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5.6도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2018년 6~8월의 25.3도를 제치고 근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옥을 기록했다. 단언컨대 ‘최악의 여름’이라 불릴만한 극심한 더위다.

원인은 엘니뇨 현상, 도시화로 인한 열섬 현상,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등이 꼽힌다. 이는 모두 지구 열대화의 현상 중 하나. 기록적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우리 국민도 심각한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실시한 ‘기후 위기 감시 및 예측 서비스 발굴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답했다.

기후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 성지 순례 기간 중 섭씨 50도를 넘는 기온으로 인해 약 1300명의 신자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지에서는 폭염으로 관광객들이 탈진하거나 숨지면서 관광지가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큰 피해를 일으켰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이 7월 발표한 ‘전 세계 기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17.01도로,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세기 평균 온도인 15.8도보다 1.21도나 높아졌다. 지구 월평균 표면 온도는 14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21세기 말, 티베트고원의 빙하 절반 이상이 녹아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연구진의 경고도 있었다.

일부 국가는 기후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스웨덴,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력의 80% 이상을 재생 가능 에너지원에서 공급하고 있다. 덴마크는 풍력 에너지 발전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렸다. 유럽 국가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ETS)를 통해 정부가 탄소 배출량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기업에 배출 허용량을 할당한 후 초과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협력 정책은 유럽 내 기업들의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도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전기 절약,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 다양한 방침을 제도화해 실생활에 적용해 왔다. 탄소 배출 감량을 위해 공해 차량을 단속하고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 인도와 같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1750부터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 1위를 기록했다. 3위는 중국. 미국은 중국에게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비판하고, 중국은 미국에게 “선진국이 먼저 기후변화 대응 재원을 지원하라”고 반박한다. 두 국가는 협력이 아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으며, 그 책임을 느끼고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앞장서야 한다. 또한, 기술 이전과 재정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선진국의 친환경 기술과 자원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함으로써,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1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2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지구 열대화와 같은 세계적 위기 속 진정한 선진국이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국가가 아닌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일 것이다.

김나영 기자<kimny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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