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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 전투력 과시보다 군 처우 개선이 우선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이후 매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했다. 시가행진은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해 이전 정부들은 5년에 한 번씩 진행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이를 매년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위상을 높이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 국방부는 각각 101억 원과 79억 원의 자금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 편성은 지난해에 비해 줄었으나 시가행진을 진행하지 않았던 2020~2022년 평균 예산인 21억 원보다 약 3.5배 이상 큰 규모다.

지난달 3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군의 역할과 장병들의 노고를 상기하고자 한다”고 말하며 국군의 날을 34년 만에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시가행진을 비롯한 국군의 날 행사 진행을 위해 많은 군인이 차출되며 장병들의 노고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 차출된 장병은 총 6700여 명. 올해는 5500여 명의 군인을 동원했다.

부상 위험 감수하고 준비하는 국군의 날 행사

차출된 군인들은 행사를 준비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2022년,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특수부대 합동 특공팀이 연습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 무술 시범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6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고공낙하 시범 훈련 중 착지 과정에서 3명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에도 10명이 다쳤다. 강하 연습 도중 대오를 맞추기 위해 위험고도에서 생명줄과도 같은 낙하산 줄을 놓으라는 명령을 따르다 사고가 일어났다. 일부 장병은 큰 부상을 입고 군을 떠나야 했다.

올해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가행진 예행연습 중 두 명의 장병이 중상을 입었다. 한 해병대 병사는 현기증으로 쓰러지며 아래턱이 총에 부딪혔다. 다른 특전사 부사관은 각목 격파 태권도 시범 연습 중 발목이 부러졌다. 국군의 날이 차출된 군인들을 위협하는 날이 되고 만 셈이다.

군 생활 환경 개선 현황은?

그렇다면 평소 정부는 군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개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주관인 ‘병영생활관 개선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2021년 74.4%, 2022년 75.5%, 2023년 65.3%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천 의원은 자료를 발표하며 ‘시가행진’을 두고 “국민의 혈세인 국방부 예산을 장성들의 ‘병정 놀음’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군 생활 환경 개선에 열의를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2022년 병영생활관 신축 예산과 간부 숙소 관련 예산 24억 원을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사용하며 이미 한 차례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군인의 안전은 곧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다. 국군의 날이 진정 장병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날이라면 단순히 국방력을 뽐내는 날이 아니라 군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복지 향상을 위한 날이 돼야 한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군인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마땅하다.

국군의 날이 진정하게 군인을 위한 날이 되기 위해선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국군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목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김나영 기자<kimny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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