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내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 작가의 수상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한강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의 서점과 도서관은 독서 열풍과 함께 찾아온 손님들로 오랜만에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이는 도서출판업계와 공공도서관이 갖고 있던 고질병 또한 수면 위로 떠올렸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후, <채식주의자>는 엿새 만에 100만부가 팔리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일부 대형서점의 유통 독과점으로 동네서점, 독립서점 같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책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졌다.
◆ 출판유통시장의 구조적 문제
국내 도서 유통 구조는 출판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서점으로 이어지는 형태가 기본. 그러나 최근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중간 도매업체를 끼지 않고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덕분에 중소규모 업자보다 더 빠르게 매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교보문고는 2020년부터 도매 사업을 확장해 지역서점과 동네서점에 도서를 납품하며 출판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 ‘한강신드롬‘ 열풍으로 관련 작품의 수요가 급증하자, 이득을 보려 일부러 지역 서점에 매물을 풀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교보문고는 언론에서 해당 사실을 보도한 뒤에야 “상생”을 내걸며 2주 만에 물량을 풀었다.
◆ 공공도서관 예산 삭감 및 검열 문제
공공도서관 예산 삭감도 문제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공통요구자료’에 따르면, 도서관 기반 조성 예산은 2023년 약 115억5300만원에서 2024년 84억7400만원으로 축소됐다. 전년 대비 약 30억7900만원이 줄었다.
도서 구입비가 감축되며 희망도서 신청이 어려워졌다. 독서동아리와 ‘북스타트’ 같은 도서 활동 지원사업도 위축됐다. 사서 인력도 줄어들며 서비스의 질 또한 하락했다.
공공도서관의 도서 검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경기 지역 한 학교 도서관에서는 선정성을 이유로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바 있다. 언론을 통해 사실이 알려진 후 논란이 거세지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굉장히 깊은 사고 속에서 쓴 작품”이나 “민망할 정도의 내용이 있어 부모들이 교육적으로 우려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공공도서관이란 엄연히 시민들이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접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공간이다. 최대한 폭넓은 도서를 구비해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도서관 예산이 삭감되며 공공도서관의 본질적 역할은 약화하고, 독서와 지식 접근성 또한 심각하게 저해될 위험에 놓여있다.
‘한강신드롬’ 이후 사회적으로 독서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자기계발서 등의 실용서적이 차지하던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문학작품이 이름을 올렸고, 사람들은 SNS에 책이나 독서하는 게시글을 업로드하고 있다. 많은 이가 독서에 흥미를 느끼며 책과 가까워지고 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은 도서출판계의 활력을 되찾아 준 것뿐 아니라, 침체된 독서 문화 또한 활성화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독서 열풍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출판유통 구조의 개선, 공공도서관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필요하다. 독서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성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기반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불을 붙인 독서 열풍이 지속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지원 기자<jiwon0413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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