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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K-pop의 ‘빛과 그림자’, 한류 지속 가능성은?

지난 10월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해 선보인 싱글앨범 ‘아파트’(APT)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빌보드 차트 10위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4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사진1=John V. Esparza/Atlantic Records>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발표한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7년 연속 ‘K-Pop’(17.2%)을 첫손에 꼽았다.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57.9%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국 대중음악의 인기와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크게 증폭하고 있다. 세계인들은 한류 문화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빛나는 한류의 이면에는 그림자처럼 어두운 문제가 존재한다. 해가 지날수록 한류는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기저에 깔린 문제들은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 미성년자 아이돌의 선정성 논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발표한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 부정적인 인식에 한류경험자의 32.6%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자극성/선정성’, ‘획일성/식상함’, ‘상업성’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비교한 결과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성’ 답변은 높아졌다.

지난해 7월, 가수 화사의 ‘외설 논란’이 발생했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학인연) 대표는 화사를 공연음란죄로 고발했다. 공공 무대임에도 불구, 불필요한 안무를 통해 성관계 행위를 묘사했다는 주장에서다. 보는 이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아이들이 따라 할 우려가 있다며 근심을 표했다.

최근에는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의 ‘Sticky’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누워서 골반을 드는 장면, 핫팬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장면의 등장으로 성 상품화 논란이 일었다. 또한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쿠키(Cookie)’ 가사 논란, 르세라핌의 ‘EASY’ 뮤직비디오 속 의상 논란 등 아이돌의 선정성 논란이 늘 화두에 올랐다.

◆ 대기업의 유통 장악, 대형기획사의 독과점

올 5월,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병하면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인수로 카카오의 음원 기획·제작 13.25%, 음원 유통 43%, 음원 플랫폼 시장 43.6% 점유를 예상했다. 더불어 자사만 우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형기획사들은 K-pop 문화의 선도 주자라는 명목하에 굿즈 판매, 공연 사업을 비롯해 아이돌 산업의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7월 진행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의 콘서트 가격은 일반석 154,000원, VIP석은 198,000원으로 인상했다. 2019년 타 아이돌 콘서트 가격은 120,000원으로 10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했고, 하이브 소속이 아닌 아티스트들도 20만원에 가까운 가격대를 책정하고 있다.

<사진2=김민서 기자/글로벌한국학과 주원규 교수>

<삼육대신문>은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점을 묻기 위해 글로벌한국학과 주원규 교수를 만났다. 주 교수는 현재 ‘한류 콘텐츠 판권과 개발’ 등의 과목을 강의 중이며, 문학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Q. 전 세계적으로 K-POP 문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 K-POP의 흐름 자체가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확보하고 있다. 고유성은 한국문화 특유의 ‘흥’과 ‘연대의 힘’이 담긴 것이며, 보편성은 다른 해외문화하고도 활발히 교류하며 만들어진 부분이다.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 글로벌한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 같다.

    또, 기획사의 체계적 시스템 또한 K-pop 육성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영국,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들은 각자도생하는 식으로 활동하는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이돌은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해외에서 좀 더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일 수 있게 된 이유다.

Q. 현재 K-pop의 가장 큰 문제는?

  • 정서적 문제로는 선정성과 팬덤 문제, 구조적 문제로는 대형 기획사의 독과점 문제가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한다.

Q. 아이돌의 선정성 문제가 대중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 섹시 콘셉트라고 해서 선정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 접근이다. 섹시 콘셉트는 남미나 미국에서도 항상 존재하던 아이템이다. 우리가 의심해야 할 것은 지나친 성상품화와 이를 반복해 재생산하려 하는 산업구조다.

    사실 19금, 15금처럼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선정적, 폭력적이라고 막으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K-pop의 성장 또한 막을 수 있다. 검열보단 젠더 감수성이나 인문학적 감수성의 교육적 프로그램을 더 강화해야 한다.

Q. 대형 기획사들의 독과점이 지속될 시 발생 가능한 문제는?

  • 독과점 문제 자체는 해외 레이블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한국 또한 제도적으로는 어느 정도 갖춰졌으나, 문제는 한국 K-pop의 시장이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 엔터업계는 공정한 경쟁이나 수평적 레이블에서 K-pop 스타들이 육성되기보다 몇몇 아티스트나 지도자의 선택으로 육성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K-pop의 퀄리티는 몇몇 아티스트의 천재적 재능에 의존했다. 레이블의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고 독과점이 고착화된다면 이는 전체적인 퀄리티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Q. 중소 기획사나 신생 아티스트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 정책적 면으로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중소 기획사들도 언론에 주목받거나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미디어적 지원이 필요하다.

    구조적 부분으로는, 엔터업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현상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예시로 들자면, 카카오라는 대기업 아래 다양한 레이블이 있다. 이처럼 현재 한국 엔터업계 시장은 레이블이 하나의 공용 기업에 흡수돼 마치 기생하는 것처럼 존재한다. 이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독립적, 수평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약할 수밖에 없다. 대중의 옴부즈맨 역할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기획사 아래 론칭된 아티스트들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하고 대중에도 어필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마찬가지다.

Q. 대형 기획사가 K-pop 인플레이션을 주도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게 바로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봐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현재 한국에는 이런 인플레이션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가격을 올려도 팬들은 표를 사줄 거야’라는 심리적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순히 대형 기획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콘서트 가격의 상한선을 제시하는 공청회를 통해 시행령, 법 개정 등이 한 번쯤 필요한 것 같다.

    또, 정서적으로는 팬덤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아티스트들이 어떠한 도덕적 물의를 일으켜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요소를 계속해서 밀어내는 아젠다가 형성돼야 한다.

Q. K-pop이 나아가야 할 방향 관련해 조언하자면?

  • K-pop뿐만 아니라 한류 콘텐츠 자체가 위기와 기회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한류는 아티스트 개개인의 천재성과 노력에 많이 의존했다. 국가적, 또는 문화적 지원이 있어 도출된 게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독창성과 우월성으로 한류가 형성됐다. 그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전 이미 독과점 형태가 들어왔고, 여전히 도제식 육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적 트렌드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다.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관심도가 떨어지는 하향곡선이 있는 법이다. 이런 하향곡선에서 산업을 빠르게 포기한다던가 무관심해진다면 문화적인 시장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책과 문화적 관심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이제는 융합형 시대다. 아이돌 스타들이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영화에 출연하는 등 하나의 클러스터로 형성돼 있다. 드라마 산업에 종사 중인 사람으로서, 이러한 한류 클러스터라는 하나의 큰 흐름이 총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서 가동하길 바란다. 단지 K-pop이라는 표현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의견을 밝힌다.

정지원 기자<jiwon0413n@gmail.com>
김민서 기자<plm20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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