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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일 화요일

사라진 IT 강국 자존심 … 한국형 AI의 미래는?

■ ‘딥시크’ 쇼크의 파장과 의미

지난 설 연휴께 중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저비용 AI 챗봇 ‘딥시크’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간 미국의 ‘챗GPT’를 중심으로 펼쳐진 AI 산업의 구조가 미·중 양강 체제로 구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딥시크’는 자신의 모델을 중국의 AI 개발을 겨냥한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 100억 원 미만의 저비용으로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강화학습’ 제도를 도입해 AI가 스스로 학습하며 성능을 향상해 개발 시간과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감축했다며 짧은 시간에 저비용으로 고성능 AI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딥시크’ 열풍 이후 개발 비용 축소 발표 의혹, 개인정보 유출 의혹, 데이터 수집 불투명성,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으로 인한 데이터 안보 우려 등 몇 가지 문제가 후폭풍처럼 불거졌다. 국제사회에서도 사용 제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딥시크’는 모든 사용자가 추가 요금 없이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 오픈소스로 개방해 개발자들의 지속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많은 사용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지난 1월 생성형 AI 앱 국내 사용자 수 통계에 따르면 ‘딥시크’ 월간 이용자 수는 121만 명으로 493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챗GPT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왜 한국은 ‘딥시크’를 만들지 못하는가

‘딥시크’의 급부상은 한국 AI 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때 IT 강국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보유했으나,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서 유독 뒤처지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 것이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 순위는 종합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압도적 선두인 미국과는 약 9배의 개발 격차가 났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 AI 선도국들이 공격적 투자와 혁신을 통해 빠르게 앞서나가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인재 유출과 투자 부족, 규제 등에 발목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AI 개발자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내 AI 산업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I 인력의 부족 인력은 약 8500명. AI 시장의 확대에 따른 인력 수요 증가세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며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국내의 인재가 해외로 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4월 미국 스탠퍼드대 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AI 인재 유출이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더불어 국내 출신의 AI 고급 인력 비율과 AI 인재의 국내 활동 비율 모두 2% 내외에 불과했다. 

관련 분야 인재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AI 인프라 부족’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AI 기업의 53.2%가 ‘AI 인프라가 부족해 사업 운영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GPU의 물량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엔비디아의 GPU ‘H100’의 경우 한국은 약 20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AI 산업 주력 기업 ‘메타’와 ‘테슬라’가 각각 35만 개, 3만5000개를 보유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주요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정부 지원 예산과 과학 인재 육성 정책의 미흡 역시 문제다. 2025년 기준 한국 정부의 전체 예산 중 AI 관련 예산은 약 1조8000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0.27%에 불과하다. 주요국의 2025년 AI 연구개발 예산 규모가 미국은 약 50조 원, 중국은 약 39조 원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예산 규모는 크게 뒤처져 있다.

■ 한국이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방법은

전 세계가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도 AI 산업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AI 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장기적 투자 계획을 강력히 추진해야 할 정부는 탄핵 국면을 맞으며 산업 저변 확대에 지지부진하다. 

민간 투자를 활발히 유치하기 위한 정책 또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민간 AI 투자액은 2023년 기준 13.9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672억 달러, 중국의 78억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이제 AI 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는 필수적이다.

AI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허울에 불과한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향후 100년간 미래 사회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파격적 정책과 시민들의 합의가 매우 중요한 때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당당히 AI 산업의 주요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한다.

송겸 기자 <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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