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저작권 인식 수준은 증가했지만, 불법 복제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전국 만 13~69세의 국민 2만4000명을 대상으로 불법 복제물 이용 실태를 조사한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불법 복제물 이용률은 19.1%로 2023년 19.2%보다 0.1%p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불법 복제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법 복제 1위는 영화, 불어나는 ‘대체 사이트’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해외 불법 유통 사이트 삭제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된 불법 복제물은 영화(24.5%)였다. 이어 ▲게임 (23.9%) ▲방송 (21.5%) ▲웹툰 (20.4%) ▲음악 (18.4%) ▲출판 (14.4%)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법 복제물의 주요 유통 경로는 인터넷 불법 사이트다. 지난해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6000여 개 불법 사이트를 접속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이미 차단된 사이트가 URL을 변경해 다시 등장한 소위 ‘대체 사이트’였다며 불법 사이트 단속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에 대한 처벌이 미미한 것도 문제다. 지난 1월 열린 해외 사이트 투명성·책임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백지연 입법조사관은 “밤토끼 운영자가 9억 5000만 원의 불법 수익을 취득했음에도 징역 2년6개월형에 그쳤다. 누누티비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불법 수익 333억 원과 피해액 5조 원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인식은 높지만 불법 사이트 이용은 활발… 20대 이용자의 모순
미약한 처벌로 인한 어려움은 웹툰 시장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웹툰 산업의 불법 복제 피해 규모는 4465억 원으로, 2022년 대비 13.6% 증가했다.
웹툰 불법 사이트 이용은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2023년 8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만 13세부터 69세까지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웹툰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불법 복제 웹툰 사이트 이용이 많은 연령층은 ▲30대(22.3%) ▲20대(20.7%) ▲40대(20.6%) ▲10대 (18.5%) 순이었다.
이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저작권 보호에 대한 종합 인식 수준(4점 만점)을 조사했을 때, 2024년 기준 10대 3.31점, 20대 3.27점으로 10대와 20대의 저작권 인식 수준이 높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저작권 인식 교육만으로 불법 복제물 유통을 막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캠퍼스 내 불법 스캔본 유통 활발

대학가에서도 불법 복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2024년 1학기 기준 재학 중인 대학(원)생 총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재 전자스캔본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학(원)생의 83.3%가 대학교재 전자스캔본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불법 복제물을 근절하기 위해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대학출판협회 등과 협력해 ‘2024년 출판물 불법 복제 인식개선을 위한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웹 콘텐츠(웹소설) 800종 모니터링 ▲대학교재 1600종 모니터링 ▲매월 약 4만건의 게시물 검토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 PDF 거래 플랫폼 모니터링 등의 방안이 대책에 포함된다.
하지만 광범위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법 복제물을 단기간에 근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저작권 인식 교육만으로는 불법 복제물 시장을 단속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 복제물 단속의 장애물은 경각심의 부재다. 낮은 처벌 수위와 불법 복제물을 구하기 쉬운 사회 구조가 범죄의 허들을 낮추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처벌과 단속을 통한 선례를 만들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개인은 저작권법 적용 범위를 정확히 인식하고 준수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학생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저작권 상식’을 열람할 수 있다.
황서현 기자<blacksmith31553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