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보다 약 88만 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이하 미래위)는 지난 1월, 인구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래위는 2052년 국내 총인구가 4627만 명 규모로 2023년 대비 약 551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청년 인구의 58%가 수도권에 거주할 것으로 내다보며 수도권 집중 현상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집중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 인프라 부족이 지목됐다. 수도권은 주거, 교통, 일자리 등 다양한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 비수도권보다 더 나은 정주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을 따라 지역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과 경쟁 심화
비수도권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의 2024년 국내 인구 이동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북의 20대 순유출률은 –3.7%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인구 순유출이란 한 지역에서 나가는 인구가 들어오는 인구보다 많은 현상을 의미한다. 즉, 전북에서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이 유입되는 청년보다 많아지면서 지역 내 인구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20대 인구 유출의 원인은 단연 일자리 부족이 꼽힌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북의 20대 고용률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들도 인력난을 이유로 지방 정착을 기피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중소기업 규제 체감도 및 개선 필요과제 조사 결과와 정책적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중소기업의 84.1%가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인력 유출 우려(44.7%)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28.8%) ▲협력 네트워크 구축 곤란(12.9%) 등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중소기업도 ▲전문 인력 채용 어려움(61.3%) ▲보조금 지원 부족(22.5%) ▲수출 판로 확보 어려움(6.7%) 등의 운영 애로사항을 지목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수도권에 집중된 인력과 기업 환경으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제처가 한국법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법제포럼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구 집중으로 인해 소수의 좋은 일자리에 취직하기 위해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수도권의 물리적·정신적 경쟁 압력이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주거비 증가
수도권 집중 현상은 청년들의 주거 부담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8.2%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학생들은 높은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조사한 서울 소재 10개 대학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는 60만9000원. 지난해 대비 6.1% 증가해 자취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후에도 청년층은 수도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2월,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청년들의 근로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충청 지역보다 9.7%, 인천·경기보다 6.2% 높았다.
보고서는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불균형 해소가 필수적”이라며, 수도권으로의 일자리 집중이 주거 수요 폭증과 주거비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지방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사업’과 ‘고향올래’ 사업을 통해 지방 자치단체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사업’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도보 15분 생활권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고향올래 사업’은 생활 인구 유입을 위해 ▲워케이션(Workation) ▲런케이션(Learncation) ▲두 지역 살이 ▲로컬 유학 ▲로컬 벤처 사업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실질적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체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앙집권적 구조로 인해 지역 불균형과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방에 실질적인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문제는 국민 전체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단순히 일시적인 지원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비수도권에서도 수도권과의 격차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며, 정부 각 부처의 협력을 통한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황서현 기자<blacksmith31553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