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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묻혀있던 조선의 과학을 깨우다 …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사진=김수정 기자/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을 통해서다. 지난 3일 개막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금속활자 1600여 점을 포함해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자동 물시계 부속품, 총통 등 조선 전기 과학기술의 뛰어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선보인다.

전시회의 ‘1부-금속활자’ 부스에서는 출토된 금속활자와 이를 사용해 인출한 서적을 전시하고 있다. ‘2부-일성정시의와 과학유물’ 부스에는 금속활자와 함께 출토된 조선의 다양한 과학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1부-금속활자

<사진=김수정 기자/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출토된 금속활자는 한자 활자 1000여 점, 한글 활자 600여 점이다. 모두 항아리 안에 담긴 상태로 발견됐다. 한 번에 많은 양이 출토된 것과 더불어 그동안 인쇄본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금속활자를 새롭게 발견했기에 역사적 의의가 크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갑인자>
<사진=김수정 기자/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대표 전시품인 갑인자는 1434년(세종 16년) 갑인년에 만든 금속활자다. 이전의 활자가 가진 단점을 보완했기에 글 자체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처음 주조된 후부터 조선 후기까지 같은 모양으로 수차례 제작됐다. 전시장 내부에는 활자의 질감을 구현한 모형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설치해 관람객의 생생한 관람을 돕는다. 작은 활자의 자세한 관찰을 돕는 돋보기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2부-일성정시의와 과학 유물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일성정시의>

전시회 2부는 ‘일성정시의와 과학 유물’ 테마다. 조선 시대 과학기술 발전의 진가를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대표 작품은 해와 별을 관측해 시간을 측정하는 ‘일성정시의’. 일종의 시계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낮과 밤 어느 때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시계를 구성하는 주천도분환, 일구백각환, 성구백각환의 세 고리가 이번 인사동 유물 출토 과정에서 발굴됐다. 주천도분환과 성구백각환은 완형으로 일구백각환은 일부 조각만 발견됐다. 전시관 한편에 마련해놓은 일성정시의 퍼즐 맞추기는 관람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사진=김수정 기자/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이 밖에도 물시계 부품인 주전, 동종의 파편, 실제 전쟁에 사용하던 총통, 조선 전기 금속화폐인 정륭원보와 조선통보 등의 유물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껏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유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전시회 후반에는 발굴 당시 사용한 부품과 현장 사진이 전시돼 있으며, 출토 과정과 발굴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전시회를 통해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넘어 발굴을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까지 엿볼 수 있다.

<사진=박수아 기자/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21세기 대도시 한가운데서 500여 년 전 유물을 대거 발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번 공개전이 갖는 역사적•문화적 의의는 크다. 특히 이번 전시회의 주요 작품인 ‘갑인자’는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로 잘 알려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이전에 발명됐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활자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불어 한글 창제 당시에도 갑인자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위상과 가치를 주목한다.

소규모의 전시였으나 조선 전기 과학기술의 위대함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흘러나오는 고풍스러운 배경음악이 한적한 전시실 분위기와 어우러져 작품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관객 참여형 공간에서 능동적으로 전시를 체험하고, 발굴 현장 및 참여자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당시의 흥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발견 자체로 큰 역사적 의의가 있는 미확인 한글 활자와 유물을 추가로 연구함으로써 어떤 역사적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국립 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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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soojung2297@naver.com>

박수아 기자 <sa78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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