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4명의 후보자가 막바지에 다다른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후보는 누구일지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나돌 만큼 후보 당사자와 주변 인물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선거운동의 각축전을 담은 영화가 눈길을 끈다. 박인제 감독의 2017년 작품 <특별시민>이다. 개봉 당시 선거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 정치의 이면을 신랄하고 거침없이 표현했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현실을 담은, 현실을 닮은 영화로 꼽힌다.
<특별시민>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빚어지는 권력 다툼과 음해, 조작을 소재로 한 정치영화다.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헌정사상 최초 3선 달성에 도전한다. 그는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를 파트너로 삼고, 겁 없이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 등을 영입해 경쟁 세력과의 ‘전쟁’을 시작한다.
<특별시민>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주인공 ‘종구’와 주변 인물 사이의 갈등 양상이다. ‘종구’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심 싱크홀 사건, 재산 허위신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에 휘말려 난항을 겪는다. 전쟁 같은 상황에서 완전한 그의 편은 없다. 대외적으로는 상대 후보와 경쟁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캠프 인물들의 견제와 감시에 수차례 위기를 맞는다.
여러 갈등 속에 그는 ‘혼자만의 싸움’을 헤쳐나간다. ‘종구’ 뿐 아니라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을 추구하는 속물이다. 이런 요소들이 쓸쓸한 현실 정치의 내거티브를 부각한다. 감독은 ‘종구’가 유권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주목한다. 대중 앞에서는 한껏 따뜻하고 너그러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진심이 아닌 꾸며낸 연출이다. 정치인들의 페르소나 속 감춰진 민낯은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현실 정치와의 비교다. 영화 속 후보자와 선거단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종 루머와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경쟁 상대를 끌어내린다. 그들은 민감한 사생활의 영역부터 가족사, 성스캔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루머를 생산한다. 약점을 파고들어 상대를 낙마시키려는 모습에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선거의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권자 역시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논하기보다 거짓 뉴스와 가십거리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한다. 영화는 관객들이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정확한 기준으로 정치를 판단하고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를 통해 정치가 국민을 선도하는 것이 아닌, 국민 스스로 정치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정치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울림이 여운으로 남는다. 감독은 투표권을 행사하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바로 정치의 주체임을 <특별시민>이라는 제목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
극 중 선거공작을 일삼던 ‘혁수’의 대사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의 가치를 한없이 추락시키는 한마디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유권자로서, 국민으로서 정치에 있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 되묻는다. 선거를 똥물 속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로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일지 몰라도, 선거를 꽃으로 만드는 것은 유권자임을 되새기는 요즘이다.
김수정 기자 <soojung22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