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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간호법 제정 앞장 김일옥 교수의 일침 “간호법은 간호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것”

파멜라 시프리아노 국제간호협의회(ICN)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공개 지지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ICN도 한국에서 간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히며 “간호법은 환자 안전을 위한 것뿐 아니라 간호사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도 매주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여러 간호 단체가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단독법 개정을 통한 간호사 처우 개선 및 명확한 업무 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의회, 대한병원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간호법 제정 철회를 요구하며 간협과 대치하고 있다.

세계의사회(WMA)는 지난 9일 “간호사가 의사와 독립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 입법부의 시도에 반대한다”며 대한의사협회 및 기타 보건의료단체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한국의 간호법 제정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은 국제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삼육대신문>은 우리 대학 간호학과 김일옥 교수와 만나 간호법 제정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한간호협회가 매주 주최하는 수요집회와 간호법 제정 결의대회 등에 참여하며 간호법 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삼육대학교 홈페이지/김일옥 교수>

Q. 최근 몇 년간 간호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수의 간호사 단체는 간호사의 처우 및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은 무엇인가.

– 의료법 시행규칙 38조에는 간호사 1명당 12명의 환자를 간호하도록 명시한다. 문제는 위반 시의 처벌 조항이 명확하지 않고 처벌 수위 또한 낮다는 것이다. 이는 만성적 간호사 업무 과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법정 간호사 정원 미준수율이 43%에 육박한다. 또한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 44.5%, 전체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 14.5%다. 이는 전체 산업 이직률 5.2%에 비해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 1인의 법정 환자 수를 정하는 규정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간호사는 3교대를 하는 직업이고, 직업 특성상 재택근무도 불가하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노동강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의료 현장은 가히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간호사의 살인적 노동강도, 열악한 근무 환경은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때 환자의 안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Q.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처방과 의료기관을 개원할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 있다. 간호사의 권한 확대가 의사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료법 제2조에는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자료 수집 및 간호 판단, 진료 보조, 간호 교육 및 상담 등으로 간호사의 업무가 명백히 기재돼 있다. 지역사회의 간호사들은 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단독 개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간호사는 혈압 측정 등의 가장 기본적인 의료 행위나 환자 상담 등의 기능만을 수행한다.

지난 2월 간호법에 대한 보건복지 법안 심사에서 간호사의 단독개업 여부에 대한 보건복지부 공개 질의가 있었다. 이에 류근석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간호사는 단독개업을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의 단독개원, 의사의 권한 축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다.

Q.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으로 인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감소’를 문제 삼아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이 의료계 일자리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현재 간호사는 적정 인력보다 5만 명이 부족하다. 높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고령화 등의 이유로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이용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0년 후에는 약 20만 명의 간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서비스 확대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간호법 제정이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Q.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원급 병원에서 필수로 확보해야 할 간호사 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법 제정이 의원급 병원의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OECD 국가들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평균 5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법상 12명으로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20명까지도 담당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방 의료원은 담당 환자 수가 50명에 달하기도 한다. 병원의 경영난을 고려하기 이전에 간호사의 노동에 대한 기본권, 환자가 안전하게 간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때다. 간호사를 적게 고용하고 이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관습을 바꿔야 한다.

Q. 마지막으로 간호법 제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는 간호사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묵인하고 법정 채용 인원수를 위반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근로 환경 개선, 환자의 안전 보장, 의료비 절감 등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여론조사 결과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은 9.3%(전체 1000명)에 불과했다. 이렇듯 국민 대다수는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간호사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묵인하고 있는 현재,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 간호사와 환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이주빈 기자<leejubin01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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