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이 모두 날카로운 날붙이인 남자,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똑같은 얼굴을 한 난쟁이들, 파란 피부의 뼈가 드러난 앙상한 몸을 가진 신부. 영화 ‘가위손’(1990), ‘찰리와 초콜릿공장’(2005), ‘유령 신부’(2005)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친숙하지만 어딘가 기괴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내는 인물이다. 모두 세계적인 영화 거장 팀 버튼의 작품이다.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은 9월 1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관객과 만난다. 전시는 총 10개의 구역으로 <구역1: 인플루언스>, <구역2: 특별한 홀리데이>, <구역3: 유머와 공포>, <구역4: 인물에 대한 탐구>, <구역5: 오해받는 낙오자>, <구역6: 영화 속 주인공>, <구역7: 폴라로이드>, <구역8: 세계 여행>, <구역9: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 <구역10: 팀 버튼 스튜디오> 순서로 구성된다.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대형 조형물과 곳곳에 영사되는 단편 영화가 전시의 몰입을 더한다.
<사진 1: GNC미디어 제공>
구역 1~4: <인플루언스>, <특별한 홀리데이>, <유머와 공포>, <인물에 대한 탐구>
1부터 4구역에서는 팀 버튼의 초기 습작을 감상할 수 있다. 콘셉트 스케치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는 현실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원근법을 깨고, 감정에 따라 새롭게 해석하고, 사람과 동물을 적절히 섞는 독창적인 과정을 통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의 작은 시골 동네 버뱅크에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성장한 팀 버튼은 ‘카니발레스크’라는 한 단어로 작품세계를 정의할 수 있다. ‘카니발레스크’는 유머와 공포가 융합된 개념으로, 무질서를 통해 고정관념에 대항하는 문화양식이다. 카니발레스크를 활용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위손’, ‘유령신부’,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등이 있다. 이중적인 개념을 조화롭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관람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는다.
<사진 2: GNC미디어 제공>
구역 5~6: <오해받는 낙오자>, <영화 속 주인공>
팀 버튼 작품의 주인공은 ‘괴물’ 호칭을 가진 인물이다. ‘아웃사이더’인 작품 속 캐릭터들은 각자의 콤플렉스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에게 외면당하고 차별을 받지만 현실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유발하는 동정심과 유쾌함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에 몰입하고 이입하게 된다.
<사진 3: GNC미디어 제공>
구역 7~10: <폴라로이드>, <세계 여행>,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 <팀 버튼 스튜디오>
구역 7~10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스케치와 아이디어, 비하인드를 다루고 있다. 영화 촬영, 홍보, 영화제 참석 등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팀 버튼은 모든 공간을 자신의 작업실로 만들었다. 호텔 메모지, 식당 냅킨에 순간적인 영감을 기록하며 스쳐 지나는 생각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섹션 8에서 그가 실제로 그린 방대한 양의 냅킨 스케치 모음집을 통해 작품의 탄생을 함께할 수 있다.
세상에 공개된 그의 작품은 특유의 기괴함과 유머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공개되지 못하고 중단된 다양한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구역 9에서 필름, 텔레비전, 도서 삽화 등 미공개된 팀 버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팀 버튼은 지나가는 영감을 쉬지 않고 기록하는 작가다. 작업실에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캐릭터를 설계한다. 예술성 높은 작품이 탄생하는 그의 개인 작업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신작의 탄생 과정이 가득 들어찬 코르크 보드와 다양한 채색 도구로 채워진 책상을 통해 예술가의 정신과 지속적인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4: GNC미디어 제공>
2012년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팀 버튼의 어두운 개성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50년간 쌓아온 그의 커리어는 회화, 데셍, 영상의 형태로 전시회장을 가득 채워 팀 버튼만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작품 속에 어두운 과거, 배척, 부조화와 같은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를 담아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그로테스크함을 연출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조명과 그림자를 활용했다.
팀 버튼은 이중적인 요소들을 대치시킴으로써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한다. 유머와 공포, 현실과 가상, 정상과 비정상. 상반된 개념의 융화는 불편함을 주는 동시에 신선함을 제공한다.
팀 버튼 특별전은 보는 이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정상’인가? 그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관습, 관념 등으로 정해진 ‘정상’이라는 범주의 경계를 허물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특이함과 특별함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듯,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타인이 정해둔 규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자하며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기괴함 속 아름다움’을 만나는 자리다.
<사진 5: GNC미디어 제공>
“저는 정상적이라는 단어가 항상 두렵습니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선동적이고 두려운 단어기 때문이죠” – 팀 버튼
윤상현 기자 <dany99914@naver.com>
박수아 기자 <sa78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