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C
Seoul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촉법소년 연령 조정으로 범죄 경각심 일깨워야

렌터카 뺑소니 사망 사건(2020), 만취 청소년 경찰차 난동 사건(2022), 휴대전화 매장 절도 사건(2022).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소년범죄라는 점. 그중에서도 현행법상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형법 제9조에선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들은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법에 따른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책임 능력이 없다고 여겨져 범죄 성립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경우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단기 및 장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촉법소년 범죄가 해마다 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드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는 2017년 7896건, 2018년 9049건, 2019년 1만 22건, 2020년 1만584건, 2021년 1만 250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대의 청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대범하게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지난 4월, 광주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10대 2명이 훔친 승합차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과거부터 십수 차례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왔음이 밝혀지면서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처벌을 피하며 유사한 범행을 지속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처럼 촉법소년 범죄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거나 미비한 처벌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는 사례가 꾸준히 드러나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관심이 더욱 뜨겁다. 여기에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을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범죄 감소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님을 주장하는 반대 의견도 대립하고 있다.

현행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 제정된 것은 1958년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행법은 시대변화와 청소년들의 성장 과정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2세까지 인하할 것을 주장한다. 실제로 촉법소년들의 범죄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법이 지능화되고 과감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범죄는 소년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소년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다. 소년법상 사각지대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이고,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들은 평생을 안고 갈 고통을 겪는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촉법소년 범죄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흐리게 한다.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결코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는다.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은 응보적 기능, 예방적 기능을 가진다. 범죄를 저지른 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음으로써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지게 된다. 더불어 재범을 방지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그러나 지난달 법무부가 발표한 ‘보호관찰 대상자 재범률’을 보면 2021년 기준 촉법소년의 재범률은 전체의 12%로 성인(4.5%)의 약 3배에 달한다. 해당 통계를 통해 현행법이 소년 범죄자의 교화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현행 소년법의 범죄 예방 기능이 부실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으로 인한 미처벌이 청소년들의 범죄 경시와 범죄의 악순환 등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하고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기준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만이 소년 범죄 근절의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소년 범죄자의 선도를 위한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년 범죄자 교정 시설 및 교화•교육 프로그램 등이 미비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 전담 법원과 보호관찰관의 숫자를 늘려 보호관찰의 내실화를 이뤄야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소년 교정시설 확충 및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 인하가 실현되더라도 범죄자 교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소년법 개정과 함께 현행 형사교화정책을 재검토함으로써 소년법 관련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수정 기자<soojung2297@naver.com>

대학 - 보도,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