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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밈’과 ‘비하’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무신사 냄새’ 논란을 지켜보며

최근 쿠팡플레이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무신사 냄새”라는 단어가 사용돼 논란이 일었다.

‘무신사 냄새’란 옷과 코디가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에 상위 랭킹된 옷으로만 채워져 있거나 개성 없이 무난하게 입는 패션, 무채색으로만 채워진 코디를 뜻하는 단어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10일 방영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신입사원을 가리켜 ‘무신사 냄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도마에 올랐다. 이 남성은 흰색 티셔츠, 검은색 가디건과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단순히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해당 용어 사용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도 적잖았다. ‘무신사 냄새’가 새로운 비하 단어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이유가 지배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무신사의 주 소비자인 남성들이 만만해서 쓰는 단어 아니겠느냐”, “반대로 남성이 여성 신입사원을 두고 ‘올리브영 할인 냄새 지리네’라고 했다면 아마 사과해야 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특정 패션을 유머 소재로 활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무신사 냄새’ 이전 ‘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 모델의 신발이 유행하며 수요가 급증했다. 지하철 승객 모두가 해당 신발을 신고 있던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신발 디자인이 범고래 무늬와 비슷한 것을 두고 ‘범고래 수족관’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는 의미의 ‘클론룩’이 인터넷상에 ‘밈’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공개한 오픈서베이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2’에 의하면 MZ세대 10명 중 9명이 온라인을 통해 의류소비를 하며 이 가운데 인지도와 이용 경험이 가장 높은 플랫폼으로 <무신사>가 꼽혔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플랫폼이기에 비슷한 스타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 많은 고객을 자랑했던 <무신사>는 많은 고객이 되려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다. 대중성과 무난함이 강점이었는데, 한순간에 놀림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한 번 각인된 이미지를 지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방송에서의 한마디로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무신사 냄새’가 인터넷상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자 파생된 단어인 ‘에이블리 냄새’라는 단어가 회자됐다. 이번에는 1020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에이블리가 타깃이 된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온라인상에서 ‘밈’은 변형 속도가 매우 빠르다. 변형이 거듭될수록 다양한 비하 단어가 탄생하고, 자칫 계층 간의 갈라치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밈’은 시기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소통방식의 하나다. 하지만 유머 소재로 사용되는 밈이 화살이 돼 누군가를 향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개개인의 사소한 습관이 모여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든다. 비하를 목적으로 탄생한 ‘밈’과 ‘유행어’의 소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사진=김종우기자>

김종우 기자<lion39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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