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흉악범죄 사건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빠졌다. 지난 7월 21일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피의자 조선(남,33)이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가한 사건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서현역 칼부림 사건’(사망 2명, 부상 13명), ‘신림동 공원 강간살인 사건’(사망 1명)이 벌어졌다.
이후 온라인상에 범행 예고 글들이 올라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 이후 지난달 25일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 총 469건이 집계됐다. 흉기 난동, 성폭행, 살인을 포함한 흉악범죄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범행 예고 글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면서 시민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에 흉악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처벌 수위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하 한 장관)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 발생 이후 5일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언급했다. 한 장관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을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이상동기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특별치안활동 지속 ▲강력범죄 처벌 규정 신설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 개선 ▲범죄피해자 종합적 지원 ▲민·관 협업체계를 통한 안전 확보 등을 약속했다.
현재까지 언급된 ‘사법입원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사법입원제’의 경우, 지난 2019년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범행 이후 발의됐으나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입원이 해답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보였고, 보건복지위원회 또한 “판사가 전문가의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꾸준히 논의해 온 법안임에도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빗발친 것이다.
국회는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당시에만 관련 법안 발의에만 급급하고 법안은 합치 부족으로 흐지부지된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20년에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에는 유정주 민주당 의원이 무차별 범죄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또 정부는 재탕 대응책을 끌어오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대중의 관심도 사건 발생 직후에만 반짝하고 사라진다. 사건 발생 이후 처리 과정까지도 주의 깊게 살피는 국민은 몇 명이나 될까. 중대 범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우리 사회에서 잊혀진다. 대중이 관심을 잃는다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던 국회와 정부도 잠잠해지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특정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악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의 범죄 패턴이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범행 패턴이 변화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처벌 수위를 조절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대책이 아닌 새로운 범죄 패턴에 맞는 법안과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대중이 무관심하다면 국회와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응은 반복될 것이다. 흉악범죄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발적인 분노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다.
전지은 기자<jwings_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