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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늘어난 스포츠 팬만큼 늘어난 악플 … “올바른 응원 문화 형성 시급”

지난 1월, 카타르에서 ‘AFC 2023 아시안컵’(이하 아시안컵)이 열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며 이번 대회에 많은 국민적 기대를 모았다. 특히 주장인 손흥민과 더불어 김민재, 이강인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 선수를 대거 소집하며 대한민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상대 전력이 한수 뒤진다고 평가받던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내용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두 골을 장식하며 스타 선수로 자리매김한 조규성은 여러 번의 찬스를 놓치며 부진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은 조규성을 향해 악플을 퍼부었다. 그중 조규성의 방송 출연, 헤어스타일 등 실력과 무관한 인신공격도 다수 존재했다.

이에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 경기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팬이 소셜 미디어에서 선수들을 향해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지켜보기 안타깝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축구선수이기 전에 모두 인간”이라며 선수들을 더 아껴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나서는 만큼 부족한 경기력은 지적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과 “도를 넘은 인신공격과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며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전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을 포함해 많은 스포츠 선수가 악플과 비난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한 바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대표팀 선수였던 김진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개인 SNS는 인격 모독적 악플로 가득했다. 심지어 김진수 부부와 관련한 게시글에 아내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일어 댓글 기능을 제한한 적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진수의 아내 SNS에까지 악플을 도배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예외는 없다. 지난해 10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야구 대표팀 또한 부당한 질책을 받았다. 선수단의 실력이 아닌 사생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음에도 유례없는 조롱이 가득했다. 이에 대표팀의 강백호는 악플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미숙한 스포츠 응원 문화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됐다.

2020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김연경이 허위사실 유포와 성희롱 등의 악플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법적 대응을 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남자 프로배구 선수 김인혁(삼성화재)이 심각한 악플과 악성 응원 문화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전 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 선수는 일시적인 실력 부진에도 질책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국가대표팀은 국민의 많은 기대를 받는 위치인 만큼 비판과 질책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은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오는 7월,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국위선양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부담감을 이겨내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들을 향한 성과주의적인 집착과 비난 위주의 응원 문화가 지속돼선 안 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이 늘어난 만큼 성숙한 응원 문화를 형성하고 선수를 향한 존중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송겸 기자<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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