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F1. 최근 F1 경기의 뒷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 시리즈가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젊은 팬층의 유입을 이끌었다. 지난 2022년 3연속으로 개최된 유럽 그랑프리는 무려 1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다. 지난해 영국 그랑프리는 단독으로 48만명의 관중을 이끌며 인기 스포츠로서의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F1은 10개의 컨스트럭터 팀과 팀당 2명의 드라이버가 한 시즌 동안 세계 각 곳에 위치한 20개의 서킷을 돌며 레이스를 펼치는 모터스포츠. 그 위상에 걸맞게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기도 한다. 특히 7번의 챔피언을 달성한 영국 출신의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부여받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F1은 찬밥 신세였다. 모터스포츠의 격오지로 평가받는 아시아에서도 일본과 중국은 각각 그랑프리를 개최하고, 자국의 드라이버를 배출하며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통해 모종의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은 유독 뒤처지는 모습이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4년간 코리아 그랑프리를 개최했으나 전반적으로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심에서 먼 위치 탓에 호텔이나 상업 시설 등 부대 시설이 불편하고 미흡했다. 서킷이 공항에서 멀어 해외는 물론 국내 관객마저 유치에 실패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것 역시 이유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은 기존 7년의 유치 계약을 철회하고 4년 만에 조기 종료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도 ‘본능의 질주’ 시리즈가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F1의 매력을 알렸다. 연이어 지난해에는 쿠팡플레이가 F1의 정식 중계를 시작하며 그간 소외됐던 F1을 주류 스포츠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세에 힘입어 올 2월에는 인천광역시가 F1 그랑프리 개최 의향을 밝혔다.
인천은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4월,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은 일본 그랑프리가 진행 중인 스즈카 서킷을 방문해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F1 CEO를 만나 F1 개최 의향서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다. 같은 달 23일에는 F1 유치위원회를 설치했으며, 2026년 송도에서의 도심 시가지 서킷 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유 시장이 시가지 서킷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모나코 그랑프리 개최 일정에 맞춰 직접 유럽으로 향했다. 시가지 서킷 시설에 대한 파악과 글로벌 투자 유치가 목표다.
국내에서의 F1 그랑프리 유치는 국제적 인지도, 경제적 이익 규모 면에서 큰 이점을 노릴 수 있다. F1은 그랑프리당 평균 6억명의 TV 중계 시청자 수를 갖는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인천의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랑프리 개최에 따른 관광객 유치로 대규모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는 국내•외 32만명의 관중을 맞아 약 13억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대규모 고급 호텔을 갖춘 만큼 영암에 비해 관광객 유치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인천이 영암에서의 수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터스포츠 전반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시가지 서킷은 도심 내 공도에서 진행된다는 특성상 소음 공해나 분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기간 내 시민의 통행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한 만큼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인천이 과연 F1 그랑프리를 유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모터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송겸 기자 <salvadorinmy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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