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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북리뷰] 채식주의자 – 저항의 상징과 내면의 탐구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여성으로는 최초다. 또한 아시아 여성 인물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학과사회>에 단편 소설 「붉은 닻」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고 강렬하게 그려내며 현대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한 작가는 주로 폭력과 고통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그 과정의 치열함을 작품에 담아낸다.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 공식 인터뷰에서 “인간의 고통과 연결된 세계에 대한 탐구가 문학의 중심”이라고 언급하며 앞으로도 글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흰> 등이 있다. 그중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 이후 한국 문학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하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저항을 탐구하고 있다.

<사진출처=교보문고/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총 세 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됐다. 소설은 평범한 주부 영혜가 갑작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시작된다.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화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의 남편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각기 다른 시각에서 영혜의 변화와 그에 따른 갈등을 그린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는 피가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는 악몽을 꾼 후 고기를 먹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과 아버지는 영혜에게 고기 먹는 것을 강제한다. 이러한 가족의 강요와 폭력은 영혜의 자해로 이어지고, 결국 가정이 붕괴한다. 이야기는 개인의 저항 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권위적 억압이 개인과 관계 모두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몽고반점의 주인공,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는 영혜의 몽고반점에 집착한다. 주인공은 영혜의 누드에 꽃을 그려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하고, 이후 주인공 또한 몸에 꽃을 그려 꽃에 끌린 영혜와 성행위를 하게 된다. 이를 인혜가 목격하게 되고,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몽고반점’은 가부장제에 물들어버린 사회 속 유일한 희망을 내포한다. 그러나 몽고반점을 지닌 영혜가 채식의 극단에 치달아 식물적 삶과 꽃에 끌리게 되는 모습을 비정상적인 것처럼 묘사한다. 사회적 악습의 저항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극단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무 불꽃의 주인공 인혜는 영혜를 남편의 이상 행위로부터 구출해 정상적인 삶으로 돌려보내려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그러나 영혜는 모든 식사를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장이 다 퇴화했으며, 식사하지 않아도 햇빛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 본연의 존재 방식을 거부하고 자연에 동화되고자 하는 영혜의 모습은 사회의 규범과 억압에 대한 강한 저항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본질적 삶에 대한 성찰을 암시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정체성 탐구와 사회적 규범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영혜의 채식은 단순한 식습관 변화가 아닌, 개인의 저항과 자유를 상징한다. 이는 사회의 기대와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나타내며, 이로 인한 저항과 자유가 가져오는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사회의 규범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갈등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복잡한지 나타낸다. 사회적 압박에 맞서 싸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싸움이 개인의 본질적인 자유를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는 모두 다른 인간이다. 개인의 방식으로 자유를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자유와 억압 사이에서 저항할 때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나영 기자<kimny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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